美 “韓中日이 北에 경제지원”
정부, 인도지원 시기 저울질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경제적 보상 주체로 한국 등을 지목해온 상황이어서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 실무협상 과정에서 요청한 의료·비료 지원 부담은 한국이 지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대북 제재 위반 여부를 고려해야 하고, 지원 규모 등을 놓고서도 다른 나라들과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미·일 정상회담을 한 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한국과 일본이 가서 북한을 경제적으로 매우 크게 도울 것이라는 걸 나한테 강하게 이야기해왔다. 중국 또한 도울 것”이라면서 “우리(미국)는 매우 매우 멀리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한·중·일이 대북 경제적 지원을 주도할 것이라던 지난 1일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 비핵화 초기 단계 보상 조치로 북한이 요구한 의료와 비료 지원 사업을 받아들일 경우 그 비용 부담은 한국과 일본, 중국 정부가 대신 맡게 될 공산이 크다.

특히 정부가 올 들어 남북관계 개선 조짐에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시기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었던 만큼 의료와 비료 지원 사업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대북 인도적 사업으로 영유아 및 임산부 등 취약층을 대상으로 한 지원이나 말라리아 등 감염병 예방 지원, 산림 병충해 등 재해 공동 대응, 보건의료 분야 지원 등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법무부는 4월 29일 발표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2017~2021) 초안에 ‘남북 간 인도적 문제의 해결’에 관한 항목을 포함시켰다.

다만 북한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의료나 비료 등은 주민 생활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것들이지만 5·24 조치를 둘러싼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발표된 5·24 조치는 남북 교역 중단과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뿐 아니라 인도적 지원까지 금지하고 있다. 의료와 비료 지원을 위해서는 5·24 조치의 해제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남남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제재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중국, 일본 정부와 지원 규모를 설정하고 분배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특히 일본 정부의 경우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해결 없이는 경제 지원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논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