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핵심소식통 밝혀

“실무협상서 초기단계 보상요구
정상회담 앞 분위기 조성 차원”
北 장기간 제재·재해로 식량난
人道 지원…美원칙 위배안될듯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 과정에서 비핵화 조치 초기단계에 비료와 의료 관련 지원을 해줄 것을 미국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미·북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미·북 정상회담의 의제 조율을 위한 판문점 실무 협상에서 비핵화를 실행하기 위해 북한 주민을 포함한 내부 설득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한 뒤 이같이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 관계자는 비료와 의료 지원의 경우 지원 즉시 주민들의 실생활이 개선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원 절차도 단기간 내에 이뤄질 수 있어 내부 설득에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북 실무 협상팀은 지난 달 27일부터 이달 6일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비핵화 의제에 대한 사전조율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수용을 요구했고, 북한은 비핵화 조치에 따른 체제 보장 등 보상안에 대해 요구해 왔다. 이 가운데 의료·비료 등의 지원은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 등 정치적 체제 보장 방안 외에 북한 내부 안정 등 비핵화 초기 조치에 따른 사회적 동요를 최소화하는 체제 보장 방안으로 거론됐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북한은 장기간의 대북 제재와 자연 재해 등으로 농업 수확량이 감소해 식량난을 겪고 있어 이 같은 요구는 설득력이 높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지난 4월 공동 발표한 ‘2018 세계 식량 위기 보고서’는 “북한 주민 10명 중 4명이 식량난에 허덕였다”고 밝혔다. 비료와 의료 지원의 경우 인도적 지원으로 분류돼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에 제재 해제나 보상이 없다는 미국의 협상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측이 북한의 이런 요구를 수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중국 측에도 북한 주민의 실생활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3일(현지시간) “5월에 중국 다롄(大連)에서 있었던 2차 조·중(북·중) 정상회담에서 농사에 쓸 비료와 농사용품 지원을 중국 측에 요청했다는 말이 있었는데 실제로 농번기를 앞두고 비료도 장마당에 많이 나와 있다”는 북한 소식통의 말을 보도하기도 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