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백악관 “목표 하향조정 없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4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잇단 유연한 발언에
백악관, 제재완화 전망 일축
“비핵화 없인 압박 풀지 않아”

“제재 의무화 법안 추진할 것”
美민주, 강력한 반대 목소리
트럼프에 5대 원칙 밝히기도

미국 백악관이 4일 워싱턴에서 제기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목표 후퇴와 조기 대북제재 완화 우려에 대해 “우리의 대북정책은 바뀌지 않았다”면서 일축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실질적 비핵화 조치 이후 제재를 완화하겠다는 입장도 이틀 연속 확인했다. 하지만 언론·전문가뿐 아니라 의회에서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미·북 정상회담이 ‘완전한 비핵화’에 충실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져 가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의 초점은 북한 비핵화이며,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 한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 하향 조정 비판을 일축했다.

전날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대북제재가 매우 엄격하고 강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이틀 연속 트럼프 대통령 방어에 나선 셈이다. 일부 워싱턴의 언론·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최대의 압박’이라는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힌 이후 조기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특히 의회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위한 합의는 하지 말라”며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콘퍼런스 콜에서 “미·북 간 비핵화 합의가 우리가 제시한 조건에 충족되지 않으면 대통령의 제재 완화 재량권을 막을 수 있는 제재 의무화 법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머 의원 등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밝힌 5대 원칙은 비핵화 범위로 북한의 플루토늄·우라늄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생화학 무기 폐기를 포함하고 있으며, 영구적 합의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에 CVID를 관철시키라는 주문이다. 민주당의 이런 요구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반(反)트럼프 세력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포석이 강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합의를 의회 비준을 통해 합법화하려는 의지가 강한 만큼 민주당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조약 비준에는 상원 정족수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좌초된 것도 상원 통과가 어렵다는 이유로 의회 비준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 워싱턴 조야에서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다. 제임스 액턴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 국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지지하지 않으며, 만일 해야 한다면 진정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에만 논의돼야 한다”면서 “이 역시 한·미의 공동 결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관반민’ 트랙을 통해 북한과 비공식 대화를 이어온 수전 디마지오 뉴아메리카재단 국장 겸 선임연구원도 이날 38노스 언론 브리핑을 통해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칫 (북한에) 너무 많이 내줄까 봐 걱정된다”면서 “가령 김정은 위원장이 주한미군 철수 아이디어를 꺼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물론이다.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밥 메넨데즈(뉴저지)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핵이 우선이지만, 북한 인권 문제도 다루는 합의가 이상적”이라고 말했고,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38노스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가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면 어느 시점에서는 북한 인권도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