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막판 내부전략 짜는 듯
우리민족끼리, 韓美UFG 이어
20여개국 림팩훈련까지 ‘딴지’

미국 백악관이 오는 12일 미·북 정상회담 개최 시각을 공식 발표했지만 북한은 이와 관련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방미 일정을 마치고 4일 평양으로 복귀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으로부터 결과를 보고받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막판 협상 전략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일 오전까지 북한은 미·북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이나 의제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김 부위원장의 방미 관련 소식도 북한 매체에 일절 보도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종전선언과 단계적 비핵화 일부 수용 가능성 등 대북 유화 제스처를 보낸 것에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를 고심하고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백악관 발표에 대한 반응에 앞서 비핵화 문제 등 핵 관련 정책 변화와 북한 내부 설득 전략을 마련하는데도 시간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에서야 미·북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내부에 공개한 바 있다.

북한은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침묵하고 있지만 한·미 동맹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5일 ‘평화와 전쟁책동은 양립될 수 없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6월 말 하와이 해상에서 시작되는 환태평양연합군사훈련(RIMPAC·림팩)에 우리 군이 참여하는 것을 비난했다. 매체는 “지역의 안정과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처사이고 판문점 선언에 역행하는 용납 못할 행위”라며 “조선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해소하자면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은 물론이고 군사행동도 전면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한반도 밖에서 진행되는 미군의 활동에 우리 군이 참여하는 것까지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미·북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 자체를 문제 삼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이 비핵화 협상 조건으로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