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30일 광주 남구 봉선동의 사회적기업 ‘소화아람일터’내 비누공장에서 직원들이 출시할 세안용 비누를 포장하기에 앞서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광주=김선규 기자 ufokim@

- 광주 사회적기업 ‘소화아람일터’

자연 보습 글리세린 많이 함유
얼굴 기미· 여드름 제거에 효과
기존 천연 제품보다 30% 저렴
장애인· 이주여성 등 13명 고용

SK, 액체 세제·용기 개발해줘
마케팅 영상물 제작비도 지원

사회적기업이 어려운 여건을 극복해가며 일정 규모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점에서 광주의 사회적기업 ‘소화아람일터’가 자체 사업을 통한 장애인 일자리 창출은 물론, 장애인들에게 취업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직업훈련까지 힘쓰고 있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특수학교 졸업-훈련-고용으로 연계되는 시스템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현장에서 애써 타개해보려는 몸부림으로 읽힌다. 차제에 이런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30일 찾아간 사회적기업 소화아람일터는 광주 남구 봉선동 사회복지법인 소화자매원 내에 있었다. 깔끔하게 지어진 사무실과 공장으로 안내한 박필성(37) 생산판매부장은 “2006년 설립 당시만 해도 10평가량의 간이건물에서 눈비를 맞아가며 제품을 만들었다”며 “2009년 예비사회적기업, 2011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공장을 확보하고 제품 종류와 생산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소화아람일터는 ‘사람과 환경을 살리는’ 비누, 세탁세제, 주방세제 등을 만든다. 제품 생산을 위해 정신장애인 3명, 발달장애인 9명, 이주여성 1명 등 13명을 고용하고 있다. 14년 전 라오스에서 시집와 6년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최은서(여·39) 씨는 이날 코코넛 오일 등 식물성 기름과 유익미생물군(EM) 활성액을 섞어 비누 베이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 파프리카, 숯, 곡물, 진주, 달팽이, 어성초(감초 함유) 등의 가루를 넣어 굳히면 6가지 색깔의 세안용 비누가 탄생한다고 한다. 최 씨는 “경험적으로 얼굴의 기미에는 파프리카 비누, 여드름에는 어성초 비누가 효과가 있다”고 했다. 세탁비누, 유아용 세탁비누 등은 재료는 다르지만 비슷한 공정을 거친다.

이미지 크게보기 건조실에서 한 달간 건조·숙성 중인 세안용 비누.

무른 상태의 비누는 건조실에서 한 달간 숙성 과정을 거친 뒤 다듬어져 포장된다. 건조실에서는 비누에 첨가된 천연 라벤더 향이 풍겨 나왔다. 박 부장은 “경화제를 넣지 않아 한 달간 건조한 뒤에야 사용할 수 있다”며 “자연 보습 성분인 글리세린이 시간이 갈수록 더 생성되는 점은 우리 비누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누 제조 과정에서 계면활성제인 가성소다가 들어가지만 건조 후에 남는 가성소다는 0%”라고 강조했다. 주방세제(EM퐁)는 비누 공장 옆 건물에서 만든다. 샴푸와 보디클렌저 등은 화장품 전문 업체에 위탁해 생산한다.

박 부장은 “모든 제품에 들어가는 EM활성액은 유산균, 효모, 납두균, 광합성균 등 80여 가지의 유익한 미생물을 함유하고 있다”며 “항산화 효과가 있어 피부 노화를 막아주고 하천으로 흘러가면 물을 정화시키고 땅으로 스며들면 중금속·농약 성분을 중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제품 브랜드 ‘흰 여울’에는 강과 하천을 맑고 깨끗하게 지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소화아람일터의 모든 제품은 다른 천연 제품에 비해 30% 이상 저렴하다.

2009년 5000만 원이던 소화아람일터의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 3억4000만 원에 달했고, 올해 목표는 4억 원이다. 매출 신장은 장애인을 한 사람이라도 더 고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매우 절실하다.

소화아람일터가 이만큼 자리를 잡는 데에는 SK그룹이 만든 사회적기업 ‘행복나래’의 도움이 컸다. 행복나래는 2015년 주방세제 파우치 제작, 액체 세제 개발을 해줬다. 이후 서울·경기의 유통망인 두레생협 80여 개 매장의 판로를 개척해 줬다. 2016년에는 샴푸와 보디클렌저의 내용물과 용기를 개발해줬고, ‘흰여울’ 브랜드 이미지(BI)도 새로 디자인해줬다. 지난해에는 홍보영상물 제작비를 지원했다.

소화아람일터는 제품 생산을 위한 장애인 고용과 별개로 발달장애인 28명에게 임가공 작업을 통한 직업훈련도 시키고 있다. 직업훈련 장애인들은 주로 쇼핑백 만들기, 냉장고 부품 조립, 칫솔 끼우기, 홍보물 포장 등 단순 작업을 한다. 지난해의 경우 이곳에서 직업훈련을 거친 20여 명이 학교·약국·김치 공장 등에 취업했다. 다만 이들 중 상당수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직하거나 그만두고 소화아람일터로 다시 들어왔다. 장애인들의 더딘 작업을 참아주지 못하는 세태 탓도 있다고 한다.

소화아람일터는 또 다른 6명의 발달장애인에 대해서는 직업훈련 전 단계로 직업적응훈련을 시키고 있다. 기초 수학을 가르치거나 크기가 다른 볼트·너트 조립, 무게 측정 후 포장 등의 작업을 시킨다. 2년 반째 훈련을 받는 김모(여·23) 씨는 “(특수)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어려운 수준의 수학도 배우고 있다”며 “언젠가 나도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