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 단정 靑청원 잇따라
“여론과 다르다고 처벌… 우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단의 결과 발표 이후 대법원과 청와대 간 ‘재판 거래’가 있었다는 일부의 주장이 나오면서 ‘양승태 대법원’ 때 내린 판결 전반에 반발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실체 없는 의혹에 사법부에 대한 반감만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삼권분립을 뒤흔드는 ‘인민재판식 여론몰이’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청와대 국민 청원 홈페이지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관련 게시글은 1일 오전 기준 200여 건이 넘는다. 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내린 모든 판결을 ‘재판 거래’로 단정 짓고 ‘판결 불복’을 주장하고 있다. 특조단의 보고서에서도 재판에 사전 개입한 게 아니라 사후에 박근혜 정부가 좋아할 만한 재판 리스트를 뽑아 만든 홍보성 자료일 뿐이라고 언급했는데도 재판 공정성에도 시비를 거는 청원이 올라오는 식이다.

한 게시자는 “박근혜와 양 대법원장의 (재판) 일괄거래가 심히 의심스럽다”며 “한명숙 전 총리님의 재심 및 사면복권을 청원한다”고 써 415명의 동의를 받았다. 심지어 “김관진 국방부 장관 풀어준 판사, 최순실 딸 풀어준 판사, 삼성 이재용 풀어준 판사도 특검해서 부패 판사들을 정리해고 파면시켜서 교도소로 쳐넣자”는 글은 청원 동의가 1887명에 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 수사해 사법 적폐를 청산하자”거나 “제일 썩은 게 판사”라는 등의 과격 발언도 난무한다.

이에 대한 현직 판사들의 우려는 깊다. 이미 선고가 끝났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판결에 대한 전반적인 ‘재판 불복’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다. 국민 여론과 다르면 무조건 처벌해야 하느냐는 토로도 나온다. 한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판사들은 다 알 텐데 무조건 형사 고발해서 국민 앞에 세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