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개혁 밝힌 대국민 담화
‘재판거래’ 전제로둬 갈등 증폭
특조단장은 말바꿔 “처벌가능”

“檢고발 자체가 사법행정 남용”
“전례없는 삼권분립 위반” 지적
침묵하던 양승태 오늘 입장표명

사법부의 혼란이 1일에도 계속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결단’을 예고한 11일까지는 적어도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김 대법원장이 전날 담화문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6월 5일) ‘전국법원장간담회’(6월 7일) ‘전국법관대표회의’(6월 11일) 및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조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고자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마음에 드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회의체를 돌리는 ‘답정너식 강행군’이라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이 있는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조치 여부를 놓고 법원은 양대 진영으로 갈라져 있는 상황이다. 또 담화문에서 ‘양승태 법원행정처’와 청와대 사이에 재판 거래가 있었다고 전제한 듯 발언한 데 대해서도 사법부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장을 맡은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의혹 관련자에 대한 형사 조치 가능성을 언급, 기존과 다른 입장을 취하면서 혼란은 더 증폭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이날 직접 입장을 표명한다”고 밝혀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과 최근 벌어진 혼란상에 대한 소회를 피력하는 식으로 정면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검찰 고발은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이날 “사법부 일을 행정부인 검찰에 고발한다는 것 자체가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이라며 “전직 대법원장 시절 법관들이 본인의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결을 내렸을 텐데 지금 대법원장이 이를 무시하겠다는 것은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허 교수는 “삼권분립 위반이고 헌정사상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담화문에서 김 대법원장은 “먼저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이라는 이름 아래 재판 진행이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봉쇄하고, 이를 위반하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며 “앞으로의 사법부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재판 거래’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김 대법원장이 이날 출근길에 ‘법원행정처를 대법원과 분리한다면 행정처장도 비법관 출신으로 임명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그 부분도 포함될 수 있다”고 답한 대목도 논란을 낳고 있다.

◇법관회의 문건 공개 요구…“법적 근거 없어” = 법관회의는 이날 중으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담긴 문건을 모두 공개해 사본 형태로 제공해 줄 것을 법원행정처에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법관회의는 “온라인투표를 한 결과 재적 과반수가 투표에 참여해 투표자 과반수가 자료제출 요청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특조단은 애초 문건을 공개하는 대신 법관회의 소속 대표판사들이 열람할 수만 있도록 할 방침이었다. 일선 판사들은 법관회의 문건 공개 요구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전체 판사 3000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다시 하자”며 반발했다.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온라인투표는 현재 법적 근거가 없다”며 “비밀 준수 의무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이날 출근길 의혹 관련자에 대한 형사 조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법리구성을 달리하거나,새로운 사실이 추가되거나 하면 얼마든지 형사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특조단의 수장이 특조단 조사 결과와 다른 발언으로 논란을 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조단은 25일 형사 조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유진·김리안·이정우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