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강민구 부장판사가 좌우명인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선한 일을 많이 한 집안에는 반드시 남는 경사가 있다)’을 소개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매일 아침 ‘리부팅’하는 강판사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현재 30년 연임법관 연수차 동유럽에 잠시 머물고 있다. 연수는 국내기간 포함해 4주다. 그는 인터뷰 후 5월 20일 출국했다. 강 부장판사는 이번 연수가 그의 인생에 ‘리부팅(Rebooting)’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그는 매일 아침 스마트폰 리부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리부팅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쌓인 메모리의 찌꺼기를 정리하고 시스템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전원을 켰다 끄는 작업이다. 그는 “스마트폰은 확장된 외뇌(外腦)”라며 “어제까지 스마트폰에 어지럽게 쌓인 메모리와 그만큼의 잡념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껐다가 켜는 과정을 거치지 못한 사람은 하루하루를 살아오며 조금씩 쌓여온 정리하지 못한 미련에 잠식됩니다. 그 찌꺼기들은 사람을 마모시키고 마모된 사람은 변화에 대한 대응이 더딜 수밖에 없어요. 더욱이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변화 자체를 두려워하게 합니다.” 리부팅이 변화의 시작인 셈이다.

특히 강 부장판사는 중장년 세대들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부장판사는 “누구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면 심리적 저항감이 생기게 되지만 심리적 껍데기를 부수는 고통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면서 “그냥 세월의 파도에 자기를 떠내려 보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년 세대도 컴퓨터나 스마트폰 활용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자기 분신처럼 활용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로 관련 프로그램의 설명서를 정독하거나 유튜브 관련 매뉴얼 동영상을 반복 시청하고 따라 해 보면 누구라도 파워유저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유연한 자세나 정보를 효율적으로 수집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수많은 정보를 올바른 판단으로 이끌 수 있는 밀도 있는 ‘생각 근육’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강 부장판사는 “쉽게 전달받은 지식은 쌓인 높이만 그럴싸해 보일 뿐 밀도가 헐겁고 구조가 엉성할 수밖에 없다”면서 “인터넷 토론 게시판 등을 보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지식과 재치를 가진 사람들로 넘치지만 많은 헛똑똑이가 쉽게 여론에 휘둘리고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생각 근육은 어떻게 키워질까. 답은 의외로 싱거웠다. “개인이나 사회, 나라의 진정한 내공의 깊이는 종이 신문, 종이 책을 구성원들이 ‘애인처럼’ 사랑하는가에 결단코 달려 있습니다. 즉물적인 디지털 자료에 몰입하다가는 생각 근육이 다 늘어집니다.”

그 외에도 강 부장판사는 △매일 글을 쓰는 습관 △사고실험과 명상 △고수에게 배우기 등을 생각 근육 단련법으로 꼽았다.

그는 “인간의 성장판은 어른이 되면 닫히지만 사람의 농도는 세월이 지날수록 짙어진다”면서 “인생의 밀도는 변화에 대비하며 수없이 비우고 채웠던 간절함이 쌓인 단단함”이라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