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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거론 인사들 난색

“정권실세 개입 여부 조사
괜히 나섰다 뒷감당 못해

늑장수사로 증거 사라져
새로 밝혀낼 내용도 적어
다른 사건 수임못해 부담”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안이 오는 29일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될 예정인 가운데 특검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대부분 고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다는 정치적 부담감에다 경찰의 초기 부실수사로 증거 대부분이 유실돼 수사가 난망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검 기간은 물론 이후 공소유지 기간 본업인 변호사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대부분 추천에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특검은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정권 실세의 사건 개입 여부를 밝히는 게 핵심이다. 이 때문에 특검에서 실제 수사를 담당할 파견 검사들이 수사에 ‘몸을 사릴’ 가능성이 높다. 현직 검사가 말 그대로 성역 없이 제대로 된 수사를 했다간 정권에 자칫 괘씸죄로 찍힐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이 적지 않다. 특검 후보로 거론되는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번 특검은) 현실 권력을 직접 겨냥하는 것”이라면서 “참 어려운 특검이고 특검이 새로 밝힐 만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특검은 대부분 전 정권을 겨냥한 경우들뿐이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현대그룹이 5억 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한 사실을 밝혀낸 2003년 ‘대북송금 특검’이나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한 ‘최순실 특검’ 등이 대표적이다.

사건의 주범 김동원(49·필명 드루킹) 씨와 김경수 전 민주당 의원의 연결고리를 밝혀줄 통신·계좌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는 등 검·경의 늑장수사 탓에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통신 자료의 보존 기간은 1년뿐이라 2016년 10월부터 이뤄진 인터넷상의 댓글조작 흔적 역시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특검이 수사와 이후 공판까지 맡기 때문에 최소 수개월에서 몇 년간 본업인 변호사 업무를 하지 못하는 점도 특검 고사의 이유 중 하나다. 특검 후보로 거론되는 또 다른 변호사는 “특검을 맡으면 규모가 작은 로펌은 문을 닫아야 한다”면서 “맡아서 하는 사건을 다 돌려줘야 하고 당분간 사건 수임을 못 하게 되면 사람도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은 15년 이상 법조 경력을 갖춘 변호사 4명을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하면 야 3당이 2명을 추린 뒤 대통령이 최종 1명을 결정하는 절차를 갖춰 임명된다.

임정환·김수민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