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회담 내용 등 전달
美·北간 막판중재 필요 커져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마무리되면서 미·북 간 막판 중재를 위한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대해 극찬하면서도 미·북 정상회담이 안 열릴 수도 있다며 북한에 대한 여전한 의구심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23일 정부 관계자는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 계획에 대해 “일단 지켜보자”고 말했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고위급 회담이 무기 연기되는 등 각종 후속 회담이 불투명해지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대한 남측 취재진의 참관 여부가 진통을 겪는 상황에서도 정상 간 핫라인은 울리지 않았다. 또 이번에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미·북 정상회담)이 열릴지 안 열릴지는 두고 봐야 될 것”이라며 아직 북한과 회담 개최에 대한 최종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결국 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중재역할은 여전히 숙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문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 이전에 남북 간 의견 조율 차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첫 통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공사 저서 및 강연, 집단 탈북 여종업원 사건 등을 문제 삼으면서 난기류가 형성됐다. 이런 난기류 속에도 핫라인을 가동하지 않았던 만큼 정상 간 핫라인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져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실타래처럼 얽힌 남북관계를 풀고 남·북·미 사이를 중재하며 미·북 정상회담을 순항 궤도에 오르도록 하는 결정적 역할을 할 때 정상 간 핫라인이 요긴한 소통 수단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핫라인 통화 지연’ 지적에 대해 “통화를 위한 통화를 하는 것보다는, 어떤 내용으로 통화하느냐가 중요하다” “미·북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가 결정되면 통화의 소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박준희·유민환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