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태도 돌변 中배후설 관련
트럼프 주장 대응 해명할 듯
시진핑 의견 전달 가능성도

CNBC “習, 미·북회담 통해
韓美동맹약화·미군축소 노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근 북한의 태도 돌변에 대해 중국 배후설을 거듭 제기한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3일 미국을 방문해 주목을 받고 있다. 왕 국무위원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밀착을 잔뜩 경계하는 미국 관리들을 만나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중 간 이견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 약화와 동북아에서의 미군 영향력 축소를 끌어내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3일 중국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왕 국무위원이 이날 미국을 방문해 미·북 정상회담과 미·중 무역 협상 후속 조치 등 현안에 대해 협의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을 두 번째 방문하고 떠난 다음 태도 변화가 있었다”며 미·북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을 위협한 김 위원장의 배후에 시 주석이 있다고 거듭 언급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왕 국무위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시 주석의 의견을 직접 전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달 7∼8일의 2차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비핵화에 대한 중국과 북한의 단계적 조치 방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합의 이전 대북제재 유지를 강조하며 최근 북·중 접경지역의 제재 이완을 경고한 것에 대해서도 중국의 지속적인 제재 이행 의지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과의 협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과 적극적인 공조를 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CNBC 방송은 한반도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에 경제 지원을 약속한 시 주석이 비핵화에 대한 반대급부로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을 내세우며 주한미군 철수 등 한·미 동맹 약화와 동북아에서의 미군 영향력 축소를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 네덜란드에서 열린 한 학술 세미나에서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체제 안전 보장과 경제적 지원에 대한 약속을 확보하면 북한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려고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