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비아式 발언’ 감싸
“비핵화 문제 생겼을 때 가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사이비 우국지사’라고 강하게 비판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공개적으로 신임 의지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볼턴 보좌관이 리비아식 모델을 강조한 것이 대통령과 상충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볼턴의 발언은 (북한 비핵화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가정하고 지적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는 그 나라(북한)가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선핵폐기, 후보상을 주장해 왔던 볼턴 보좌관과 자신의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김 제 1부상의 비난을 반박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제1부상은 지난 16일 담화에서 볼턴 보좌관을 사이비 우국지사라고 맹비난하면서 미·북 정상회담 재검토를 시사했다.

CNN은 이날 ‘북한은 존 볼턴이 해임되게 만들려 하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북한이 볼턴 보좌관과 트럼프 대통령을 결별시켜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영향력을 없애려 한다고 분석했다. CNN은 “북한이 트럼프와 볼턴에 대해 분리 대응함으로써 볼턴 보좌관을 6·12 미·북 정상회담 테이블에 앉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지프 시라쿠사 호주 로열 멜버른공대 교수는 CNN에 “그들(북한)은 미·북 정상회담 전 볼턴(보좌관)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트럼프가 큰 성공을 원하는 것을 안다”고 지적했다.

볼턴 보좌관은 국무부 군축·국제안보담당 차관 시절이던 2003년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을 “폭군 같은 독재자”라고 비난했고 2004년 리비아 핵 시설 폐기를 주도하며 “북한은 리비아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6자회담을 앞둔 북한은 볼턴 보좌관이 나오면 상종하지 않겠다고 했고 결국 그는 협상장에 나오지 못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