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주재로 2년만에 개최
美와 회담 앞두고 열려 ‘주목’

내달 美-北 합의 실패 대비해
核보유전략 등 논의 가능성도

리선권 발언 주민들엔 미공개
‘韓·美 겨냥 전략행보’ 분석도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국방 정책과 사업을 총괄하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를 2년 만에 개최하고 국가방위사업 전반을 개선하는 대책을 논의했다. 비핵화 문제를 다룰 미·북 정상회담 이후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국방 정책 모색에 나선 것인지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김 위원장 주재로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1차 확대회의가 개최됐다며 “확대회의에서는 혁명발전의 요구와 현시기 인민군대의 실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데 기초하여 혁명적 당군을 군사정치적으로 더욱 강화하고 국가방위사업 전반에서 개선을 가져오기 위한 일련의 조직적 대책들이 토의·결정됐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도 이날 신문 1면 전체를 9장의 관련 사진과 함께 같은 내용을 보도하는 데 할애했다. 김 위원장 일정에 대한 북한 매체의 보도는 지난 8일 중국 방문 사실을 전한 이후 열흘 만이다.

당 중앙군사위는 당의 군사노선과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대책을 토의·결정하고 군사력을 강화하고 군수공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을 비롯해 국방 사업 전반을 지도하는 기관이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 토의·결정된 ‘혁명발전의 요구에 기초한 국가방위사업의 개선을 위한 대책’이 미·북 정상회담 후 ‘비핵화’ 이행 시 핵무기 폐기를 염두에 둔 새로운 국방 정책을 논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최근 북한이 대미·대남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어 미·북 정상회담 합의 실패 시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대비한 핵무기 개발·보유 전략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북한은 미·북 정상회담 재고를 언급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와 남북 고위급 회담 중단을 남측의 책임이라고 비난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인터뷰를 이틀 연속 보도하면서도 주민이 접할 수 있는 대내용 매체에는 싣지 않았다. 북한은 김 부상의 담화와 리 위원장의 인터뷰를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했지만, 대내용 매체인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노동신문에는 싣지 않아 대미·대남 정책 변화보다는 대미·대남 전략·전술 차원의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