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중편지’ 내용은

金이 고개 끄덕인후 “진행”
“매일밤 11시 텔레그램 확인”

“선플 운동” “일방적 연락”
金 기자회견 내용과 엇갈려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주범 김동원(49·필명 드루킹) 씨가 ‘옥중편지’를 통해 친문재인·친노무현계 핵심인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댓글조작을 승낙·지시하고 일일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드루킹-김경수 커넥션’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드루킹의 주장은 김 전 의원이 사건 초기 기자회견을 통해 했던 해명과 상당 부분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댓글조작 초기부터 김경수 승낙·보고 = 드루킹은 18일 변호인을 통해 한 언론에 공개한 편지에서 매크로(같은 작업을 단시간에 반복하는 프로그램)를 이용한 댓글 조작을 김 전 의원의 승낙 아래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6년 9월 김 의원이 파주의 제 사무실로 저를 찾아왔을 때 댓글 기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2016년 10월에는 저들(보수진영)의 댓글 기계에 대항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결정했다”며 김 전 의원에게 일명 댓글조작 자동화 프로그램 ‘킹크랩’을 브리핑하고 프로토타입으로 작동되는 모바일 형태의 매크로를 직접 보여줬다고 밝혔다. 당시 드루킹은 김 전 의원이 고개를 끄덕여 “그럼 진행하겠습니다”라고 답했고, 김 전 의원은 “뭘 이런 걸 보여주고 그러냐. 그냥 알아서 하지”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드루킹 댓글팀의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을 언론 보도 이후 알았다는 김 전 의원의 주장과 배치된다. 그는 지난달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매크로 관련 불법행위와 관련돼 있다는 것은 저도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접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진행된 경찰 소환조사에서도 김 전 의원은 같은 주장을 했다. 그러나 드루킹은 이번 편지에서 “2016년 10월 방문 시 현재 구속된 경공모 회원 여러 명이 그 장면을 목격하였으므로 발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탄핵부터 조기 대선 국면에도 불법 댓글조작 = 드루킹은 편지에서 “2016년 10월 송민순 회고록 사건이 터졌을 때 모든 회원이 밤잠을 못 자고 댓글과 추천을 달아 사태를 막았다”며 “이후 매크로 제작에 들어갔고 김 의원에게 보고하고 개발이 진행되었으며 이때부터 매일같이 손으로 작업한 기사들의 목록을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 비밀방으로 일일보고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매일 밤 적어도 오후 11시에는 해당 목록을 확인했으며, 보고된 기사의 댓글이 베스트로 돼 있지 않으면 꼼꼼하게 왜 그런지 이유를 되물어 오기도 했다고 드루킹은 주장했다. 드루킹은 이어 “최순실 사건과 대통령 탄핵사건을 거치면서 우리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대선으로 이어졌다”며 지난 2017년 5월 조기 대선 당시에도 김 전 의원을 위해 댓글조작을 벌였음을 시인했다. 그는 “당시에는 매크로의 성능도 낮았고 기사의 작업수도 떨어졌기 때문에 손으로 하는 기사작업이 더 많았을 때였다”고 설명했다.

◇검·경의 김경수 수사 은폐 의혹 = 드루킹은 “3월 17∼18일경 계속된 김 의원의 기망행위에 분노하여 이러한 행위들과 지금까지 김경수와 해왔던 불법적인 일들에 대해 3월 20일경 언론에 털어놓겠다고 알렸다”며 “그러나 3월 21일 사무실이 압수수색되었고 모든 자료를 빼앗겼으며 저는 긴급체포 후 오늘날까지 영어의 몸이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지금도 김 의원과의 다툼과 영장의 집행이 유관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수사 시작이 김 전 의원의 보복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