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일부조항 문제점 제기

“동맹균열 위험·위헌소지도 있어
일괄적 국회 비준추진은 부적절”

북한이 ‘판문점 선언’을 근거로 한·미연합군사 훈련을 적대행위로 규정하며 반발하는 것과 관련,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 전면 중지’ 조항이 북한에 여지를 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판문점 선언에는 이외에도 한·미 동맹 균열과 위헌 소지가 있는 조항이 여러 개 담겨있어 정부의 판문점 선언 일괄 국회 비준 동의 추진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17일 조선중앙통신 문답에서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의 그 어느 조항 어느 문구에 상대방을 노린 침략 전쟁연습을 최대 규모로 벌여 놓으며 인간쓰레기들을 내세워 비방 중상의 도수를 더 높이기로 한 것이 있는가”라며 대남 압박을 가했다. 이는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 전 한·미연합군사 훈련을 용인한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북한이 입장을 바꾼 배경에는 판문점 선언의 2조 1항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는 조항이 근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18일 “김정은이 키리졸브(KR) 훈련을 용인한다고 구두로 말했다고 한 것은 판문점 선언 이전”이라며 “북한이 판문점 선언 이후에 한·미연합군사 훈련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게 되리라는 것은 예상 가능한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판문점 선언이 북한 비핵화의 시기와 방식 등을 모호하게 언급한 데 반해 한·미 군사 동맹의 정당성 약화로 이어질 종전선언은 올해 내로 규정하는 등 적지 않은 맹점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 방침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일단 조약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는 북한을 별개의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대한민국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문제가 있다. 불과 20일 만에 남북 당국 간에도 합의 내용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이처럼 포괄적인 정치적 선언이 법적인 효력을 가질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