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핵심관계자 밝혀 ‘장자승계·형제분리’ 재확인

㈜LG 이사회에서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등기이사로 내정된 것은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경영권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구본준 LG 부회장의 ‘징검다리’ 경영 없이 LG그룹의 4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게 LG 내부 입장이다.

18일 LG 핵심 관계자는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LG 오너 일가에서 구 상무의 경영권 승계를 합의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세간에서 떠도는 (구 부회장의 ) 징검다리 경영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장자가 가업을 승계하고, 일단 승계가 시작되면 선대의 형제는 모두 경영에서 물러난다’는 고(故)구인회 창업주의 경영권 분쟁 방지 원칙에 대해 LG 일가가 이번에 다시 한번 동의했다는 얘기다.

앞서 LG는 이 같은 경영권 승계 원칙에 따라 구인회 창업주의 뒤를 이어 장자인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 등이 대를 이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재계 일각에서는 구 상무가 아직 젊어 연륜이 부족하고, 경영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만큼 구 회장의 동생인 구 부회장의 ‘수렴청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설도 흘러나왔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구 회장을 대신해 총수 대행을 하면서 그룹 내 역할을 확대해왔다.

구 부회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구 상무가 등기이사로 내정되면서 장자 승계 원칙이 천명된 만큼 구 부회장이 구 회장의 역할을 대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LS그룹, LIG처럼 계열 분리를 해 별도의 경영체제를 마련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앞서 구인회 창업주의 첫째 동생인 구철회 명예회장 자손들은 1999년 LG화재를 그룹에서 독립시켜 LIG그룹을 만들었다. 창업주 여섯 형제 중 넷째부터 막내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형제는 2003년 계열분리해 LS그룹을 세웠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