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남 산청군 한 마을 주민들이 최근 산림청의 ‘소각산불 없는 녹색마을 캠페인’ 동참 서약식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 산림청·문화일보 ‘산불 없는 녹색마을 만들기’

산불원인 30%가 영농철 소각
주민동의 거쳐 자발적 서약서
소각산불 발생률 크게 떨어져

산불 원인의 30%를 차지하는 영농철 소각행위를 근절하자는 산림청의 산불 예방 캠페인이 국민 참여형 캠페인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산림청이 올해 5년째 시행하는 ‘소각산불 없는 녹색마을 캠페인’(사진)에 전국 2만여 개 농·산촌 마을이 동참하는 등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소각산불로 인한 산불 발생률도 5%포인트가량 떨어졌다.

17일 산림청에 따르면 매년 봄철 영농을 위해 산림 근처에서 논·밭두렁, 폐비닐 등 농산 부산물을 무단으로 태우다 발생하는 소각산불은 연평균 전체 산불 원인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산불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5월 86㏊의 산림을 태운 경북 상주시 사벌면 산불도 농산부산물 소각 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년 반복되는 소각산불에도 농·산촌 주민의 봄철 소각행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지난 2014년부터 전국의 읍·면 지역 농·산촌 마을을 대상으로 주민이 소각산불 추방을 서약하는 자발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매년 1월 말까지 마을 주민 전체의 사전 동의를 거쳐 참여를 결정하고 이장 등 마을 대표가 서명한 서약서를 읍·면사무소에 접수하는 방식이다. 서약 마을 주민들은 매년 2월부터 5월 15일까지 산림 100m 이내에서 논·밭두렁, 휴경지, 농산폐기물, 생활 쓰레기 등을 소각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

올해 캠페인 참여 마을은 2만390개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서약 이행률은 97.3%를 기록했다. 덕분에 소각산불 발생률도 지난 2014년 34%에서 지난해 29%로 하락했다. 올해 4월 말까지 논·밭두렁 소각과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산불은 11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5건에 비해 31.8% 감소했다. 피해 면적도 지난해 45.6㏊에서 36.9㏊로 19% 줄었다.

2014년부터 캠페인에 동참해온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하정마을은 ‘원조 소각산불 없는 마을’이다. 폐비닐이나 비료 포대 등은 마을에서 절대 태우지 않고 한꺼번에 모아 놓으면 읍사무소 차량이 와서 거둬 간다. 오치환(65) 이장은 “매년 봄철이면 마을 전체에 산불 조심 깃발을 내걸고, 수시로 마을 방송을 통해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다”며 “이전에 밭두렁을 태우다가 불이 번져 소방차가 출동한 적도 있고, 불붙은 비닐이 전선에 붙어 마을 전체가 정전되는 아찔한 일이 잦았지만 이젠 ‘우리 마을은 우리가 지킨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안심하고 영농철을 보낸다”고 자랑했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산불 발생의 주원인인 무단 소각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농·산촌 마을 공동체의 자발적 서약과 참여 이행을 유도하고 있다”며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숲을 불태우는 것은 물론, 자칫 귀중한 인명 손실로까지 이어지는 소각산불 예방을 위해 국민참여형 정책 정착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대전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