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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14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모닛’ 사무실에서 박도형(오른쪽 세 번째) 대표와 직원들이 올해부터 양산하기 시작한 ‘스마트 아기띠’를 살펴보면서 제품 성능을 평가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② 삼성전자, 벤처육성 프로젝트 C랩
육아 솔루션 스타트업 ‘모닛’
직원 6명 모두 삼성전자 출신
기저귀센서 등 고객 인기 폭발
독립 1년만에 기업가치 4배
삼성전자, C랩 6년째 운영중
올 3월까지 195개 과제 진행
우수성과 실현땐 사업화 착수
독립 통해 창업 기회 제공도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덕분에 훌륭한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팀원들을 만났다. 어디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팀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육아 솔루션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인 ‘모닛’의 출발점은 삼성전자다. 지난해 4월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에서 분사해 육아 관련 용품을 만들고 있다. 창업 멤버 6명은 모두 삼성전자 출신이다.
14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도형(사진) 모닛 대표는 “삼성전자 사내 벤처에서 독립한 회사란 점이 연착륙할 수 있는 안전판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타트업은 언제든 망할 수 있어 기본적인 신뢰를 받기 힘들다”며 “삼성전자 출신이란 크레디트(신용도)는 시장의 문턱을 많이 낮춰 줬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가 창업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재미 삼아 던진 아이디어가 C랩 우수 과제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그는 2009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입사해 전략폰 갤럭시 S시리즈의 상품 기획을 맡아 왔다. 직장 생활에서 전환점을 맞은 계기는 아내의 출산이었다. ‘준비 안 된 아빠’였다는 박 대표에게 육아는 고통 그 자체였다. 2014년 초에는 아기띠를 둘러맨 채 허리를 다쳐 119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이때 경험이 창업의 밑천이 됐다.
이듬해 사내 경진대회에 출품한 아이디어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무게 중심을 자유롭게 이동해 통증을 줄여 주는 ‘스마트 아기띠’를 내놓은 것이다. 1년간 치열한 내부 경쟁을 거쳐 C랩 우수 과제로 선정됐다. 상품 콘셉트가 현실화되고, 삼성전자가 인력과 투자금을 지원하면서 사업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를 발판 삼아 분사한 지 13개월 만에 굵직한 변화가 생겨났다. 독립 후 1년여 만에 제품을 양산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수십억 원가량의 해외 기업 투자도 앞두고 있다.
분사 당시 27억 원에 불과했던 기업 가치도 4배가량 커졌다. 일본 유아용품 1위 업체인 ‘콤비’와 공동 브랜딩도 진행 중이다. 지난 1년 동안 아시아·태평양 시장 내 독점 공급 계약을 위해 양사가 협의한 결과다. 일본 소프트뱅크와도 공급 협약을 논의 중이며,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알리바바 측과도 협의하고 있다.
모닛의 주요 제품은 스마트 아기띠와 기저귀 센서다. 스마트 아기띠는 어깨로 메는 ‘아기띠’의 구조에 허리에 묶는 ‘힙시트’를 접목한 제품이다.
아기를 안고 있다가 어깨에 통증이 오면 힙시트를 펼쳐 허리로 받치고, 다시 허리가 아프면 힙시트를 접어 어깨띠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 된다. 기저귀 센서는 기저귀 아랫부분에 동그란 센서를 붙여 두면 아기가 대소변을 봤을 때 즉각 스마트폰에 알람이 울리는 방식이다.
이처럼 C랩 출신 스타트업 중에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곳이 많다. 시각장애인들의 독서, TV 시청 등을 돕는 가상현실(VR)용 시각보조 솔루션인 ‘일루미노’, 팔과 손을 움직이기 불편한 사람들이 PC를 쓸 수 있도록 고안된 ‘안구마우스’, 뇌졸중 전조 증상을 감지할 수 있는 모자 ‘뇌예모’ 등이 대표적이다.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메모를 포스트잇처럼 붙일 수 있는 점착식 소형 프린터를 개발한 ‘망고슬래브’는 분사한 지 1년 만에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건축용 진공 단열 패널을 설계·생산하는 ‘에임트(AIMT)’는 해외에서 4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허밍으로 작곡하는 앱을 개발한 ‘쿨잼컴퍼니’는 세계 3대 음악 박람회인 ‘미뎀랩 2017’에서 우승한 바 있다.
C랩은 올해로 6년째 운영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창의적 조직 문화 확산과 임직원의 사업 아이디어 발굴 및 지원을 위해 도입됐다.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임직원들은 일정 기간 현업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근무 환경에서 스타트업처럼 근무할 수 있다.
올해 3월까지 195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750여 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현재까지 총 32개 과제가 스타트업으로 분사했다.
C랩의 가장 큰 차별점은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고 실패가 용인된다는 것이다. 팀 구성, 예산 활용, 일정 관리 등을 팀 내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직급이나 호칭, 근태 관리에 구애받지 않는 수평적인 분위기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만큼 높은 목표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다. C랩을 통해 우수한 성과를 낸 과제들은 사업화 단계로 이어진다.
삼성전자 비즈니스와 연관성이 높은 과제들은 사내 각 사업부문으로 이관돼 후속 개발이 진행된다. 외부에서 사업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 과제들은 스타트업으로 독립해 사업을 이어가게 된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제작후원: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SK, LG, 롯데, 포스코, 한화, 이마트, 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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