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院 군사위, 60대1 법안통과
2만2000명 이하로 축소할때
‘의회 승인 의무화’ 규정 명시
“협상카드 이용 우려 조항추가”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 규모를 의회 승인 없이 2만2000명 미만으로 줄일 수 없도록 규정한 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날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미 하원 군사위는 약 7080억 달러(약 757조2000억 원) 규모의 ‘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H.R.5515)’을 지난 10일 찬성 60표, 반대 1표로 통과시켰다. 특히 법안에는 현재 약 2만8000명으로 추산되는 주한미군을 2만2000명 미만으로 줄일 경우 반드시 의회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주한미군 규모의 하한선을 설정한 법안 조항은 당초 원안에는 없었지만 민주당의 루벤 갈레고(애리조나) 의원이 추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갈레고 의원실 측은 “동맹국들에 대한 안보 유지 목적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협상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 같은 조항을 추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주한미군 규모는 2만3400∼2만8000명 사이를 오르내린다”면서 “행정부에 재량권을 제공하기 위해 2만2000명을 최소 수준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법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면 행정부는 주한미군을 2만2000명 미만으로 축소할 경우 국방부 장관이 먼저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역내 동맹국들의 안보를 상당 수준으로 약화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상·하원 군사위, 세출위에 증명해야 한다.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면 주한미군 감축 과정에서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

앞서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4월 말 미국 외교안보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미·북 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은 계속 한국에 주둔할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에 주한미군 감축 검토를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부인했지만 서울과 워싱턴 외교가에서 미·북 정상회담 이후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 논의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