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설비 제거 등 조치 수준
核폐기 의지 파악할 가늠자

미·북 정상회담이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게 된 가운데 북한이 정상회담 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비핵화 사전 조치를 취하는 수준과 내용이 비핵화 의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진정성 있는 대내외적 행보를 보여주는지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제7기 당 중앙위원회 3차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단을 발표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선제적으로 약속한 비핵화 조치이므로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실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1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에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실험장 폐쇄와 관련해 올리 하이노넨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 사무차장은 지난 5일 미국의소리(VOA)에 “김정은이 약속한 건 폐쇄(closing)인 것으로 아는데, 이는 해체(dismantlement)와는 다른 의미”라며 “콘크리트로 이 터널(갱도)들을 메우든지 해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만들고 모든 설비를 현장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을 닫아거는 폐쇄만으로는 언제든 시험을 재개할 우려기 때문에 해체가 필요하다는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도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 장소와 시간을 공식화했지만 북한 매체는 아직 아무런 언급이 없다. 11일 북한 노동신문은 1면 머리기사를 ‘당의 영도에 따라 사회주의 건설의 더 높은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가자’는 사설로 꾸며 내부결속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북한은 내부 검토를 거쳐 조만간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앞서 지난 3월 29일 남북 고위급 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확정됐음에도 북한은 이를 곧바로 공표하지 않았다. 열흘이 더 지난 4월 10일에서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남북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북한이 6차 핵실험과 남북정상회담, 새로운 전략 노선 설정 등 굵직한 정책을 결정할 때마다 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 최고인민회의 등 공식 의사결정 기구를 열었다는 점에서 미·북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도 공식 논의·의결 기구를 통해 보고·추인하는 절차를 거칠 가능성이 크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