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움직임

트럼프 행정부 美北회담 전망
신중모드 → 긍정평가 무게이동

트럼프 ‘전체반도 비핵화’ 언급
넬슨리포트 “주의해서 볼 표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0일 미·북 정상회담 시기·장소를 발표하면서 ‘긍정적 전망’으로 돌아선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고, 북한 비핵화를 ‘모범 모델’로 삼겠다는 의지도 곳곳에서 묻어나오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전체(entire) 반도의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미국의 ‘핵우산’ 제공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잠재적 쟁점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단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북핵 협상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가 더 우세해졌다. 그동안 “지켜보자”면서 다소 조심스러웠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당장 “대성공이 될 것”이라는 발언을 여러 차례 내놓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 3명을 풀어준 것을 ‘선의’로 해석하고 있는 데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9일 방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어느 정도 확인했다는 자신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무부 등 협상실무팀은 싱가포르에서 역사적 미·북 정상회담 개최 준비를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북한과의 모의 협상도 수차례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핵 협상의 목표가 “북한의 불법적 대량파괴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폐기”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북한과의 조율 과정에서 비핵화 의제에서는 크게 양보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라지 샤 백악관 부대변인이 이날 “우리의 목표는 변함없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8일 이란 핵협정 폐기를 통해 북한에 “불충분한 협정은 타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날리는 등 경계감도 여전하지만, 동시에 북한 비핵화 방식을 트럼프 행정부의 ‘모범’으로 삼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카드를 제시하면서 ‘타협’을 시도했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이례적으로 “전체(entire) 반도의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대표적으로, 넬슨 리포트는 “주의해서 봐야 할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북한뿐 아니라 남한의 비핵화까지 의미하는 것이라면, 미국의 ‘핵우산’ 제공 중단과 함께 주한미군 철수 문제도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