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편집 안 합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역삼에서 열린 ‘네이버 뉴스 및 댓글 개선 기자간담회’에서 개선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뉴스 소비 경로 다양화 통해
여론 왜곡 현상 방지에 중점
‘사람에 의한 뉴스 편집’버려
1차개선책 미흡한 부분 보완

언론사의 가치 담긴‘뉴스판’
사용자가 언론사 선택 방식

네이버의 뉴스 및 댓글 서비스 개선안은 뉴스 소비의 ‘경로’를 다양화해 여론 왜곡 현상을 방지하는 데 중점을 뒀다. 네이버는 뉴스에 집중된 사업 구조를 상당 부분 바꾸고, 조작 소지가 있는 ‘사람에 의한 뉴스 편집’ 방식을 버리면서 언론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는 보완책을 다수 내놓았다.

9일 네이버가 내놓은 개선안은 지난 4월 25일 발표한 1차 개선책의 후속 조치다. 당시 네이버는 하나의 아이디로 한 기사에 달 수 있는 댓글 수를 기존 20개에서 3개로 줄이는 등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는 매크로(동일 작업 반복 프로그램)를 악용한 여론 조작을 막기에는 턱없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이날 개선안은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요구한 근본적인 처방에 상당히 근접했다는 평가다. 주된 골자는 네이버가 뉴스 편집을 더 이상 하지 않고, 공간과 기술만 제공하는 플랫폼 본연의 역할로 물러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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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3분기 중에 검색 중심의 모바일 첫 화면으로 개편된다. 첫 화면에서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배제되고, 사용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구조로 바뀌는 방식이다. 이는 첫 화면에 뉴스가 배치돼 특정 기사에 시선이 집중되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모바일 초기 화면이 ‘구글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현재 네이버 모바일에 접속하는 하루 이용자 수는 약 3000만 명이다.

네이버 모바일에서는 앞으로 언론사가 직접 뉴스를 편집한다. 네이버는 해당 광고 수익과 독자 데이터를 언론사에 제공한다. 네이버는 3분기 전후로 언론사의 편집가치가 담긴 ‘뉴스판(가칭)’을 신설한다. 이후 사용자들은 언론사 뉴스를 보기 위해서는 뉴스판으로 이동해야 한다. 뉴스판은 첫 화면을 옆으로 밀면 나오는 두 번째 화면에 위치한다. 뉴스판은 전적으로 언론사들이 직접 편집한 뉴스가 언론사별로 노출된다. 사용자가 언론사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뉴스판에서 나오는 광고 이익은 전액 언론사에 제공할 예정이다. 사용자들이 개인 관심사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뉴스를 볼 수 있도록 ‘뉴스피드판(가칭)’도 신설한다. 해당 공간은 네이버의 인공지능 추천 기술인 에어스(AiRS)로 운영된다.

구글식 아웃링크(언론사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보는 방식) 도입도 적극 추진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는 “전재료 바탕의 비즈니스 계약, 아웃링크 도입에 대한 언론사들의 엇갈리는 의견 등으로 일괄적인 아웃링크 도입은 어렵지만, 언론사와의 개별 협의를 통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이사는 댓글 어뷰징(부정 이용) 방지를 위한 추가 방안도 공개했다. 네이버의 뉴스 댓글 영역은 저작권자인 개별 언론사가 댓글 허용 여부나 정렬 방식 등 정책을 결정하게 된다. 댓글은 접속자를 포털에 오래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하는데 네이버는 댓글 조작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네이버가 뉴스라는 강력한 무기 때문에 첨단 기술 발전보다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구조였는데 구글처럼 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 원천기술을 가진 기술기업으로 거듭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