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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이후도 20%대였는데
增稅로 정부 곳간 넉넉해지자
복지예산 지출 등 씀씀이 커져
1980년대 소비수준으로 회귀

제조업 가동률 9년만에 최저 등
민간 주머니 사정은 갈수록 열악

지난 1분기 민간 소비(지출)와 비교한 정부 소비(지출) 비율이 최근 35년 내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계 등을 둘러싼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민간 섹터의 주머니 사정은 갈수록 열악해지는 반면, 증세 등으로 곳간을 채운 정부 지출은 복지 등에서 계속 늘어나는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민간 지출 대비 정부 지출 비율은 31.4%로, 지난 1983년 3분기(31.7%) 이래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지출과 비교한 정부 지출 비율은 국가 주도로 성장했던 1960년대 30% 후반∼40%대를 계속 유지하다 본격적인 경제 발전으로 민간 지출이 크게 늘면서 1990년대에는 23%대까지 낮아졌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도 20% 후반을 거의 넘지 않았다가, 2016년 1분기(30.5%)부터는 30%대로 커졌고 지난 1분기에 31%대를 기록하면서 급기야 80년대 초반 수준으로 회귀했다. 1분기의 이 같은 비율은 지난해 4분기(30.8%)에 비해서도 0.6% 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지난 2009년 4분기∼2010년 1분기 0.7%포인트 늘어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전체 지출에서 민간 부문의 비중 감소는 민간 경제 활력이 줄어드는 데 따른 여파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의 업황 실적 BSI(계절 조정 기준)는 72로 전월과 같은 수치를 나타냈다. 지난 2016년 9월 72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2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BSI가 100 미만일 경우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는 뜻이다.

산업 분야 활력의 중요한 지표인 제조업 가동률 역시 지난 3월 기준 70.3%로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달 미국 제조업 가동률은 76.4%였다. 독일은 1분기 기준 88.0%였고, 스웨덴은 86.0%, 영국 81.2% 등으로 유럽연합(EU) 국가 전체 제조업 가동률이 83.7%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제조업이 반도체 등 특정 산업 위주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실제로 전반적인 제조업 업황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 부문의 비중 증가는 소득세·양도소득세와 같은 세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복지 예산 등으로 정부 씀씀이가 커진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1∼2월 누적 국세 수입은 49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조7000억 원 증가했다. 또 1분기 정부 소비가 크게 늘었음에도, 1∼2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9000억 원 흑자로 나타났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