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美국무 취임식서
“WMD 프로그램 폐기 전념”
외교가 ‘포함 가능성’ 관측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핵뿐 아니라 생화학 무기까지 협상 대상에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생화학 무기도 폐기 대상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4일 외교·안보가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뿐만 아니라 생화학 무기까지 폐기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생화학 무기와 같은 대량파괴무기(WMD)의 경우 소량으로도 광범위한 지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만큼 핵·미사일과 마찬가지로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일(현지시간) 열린 공식 취임식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PVID)’를 비핵화 조건으로 내놓으며 “북한의 WMD 프로그램 폐기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에 생화학 무기 폐기와 검증까지 요구할 경우 북한은 핵뿐만 아니라 생화학 무기 연구·개발 시설까지 공개해야 하는 등 한 차원 더 까다로운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된다.

우리 군 당국은 지난 1980년대부터 화학무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북한이 현재 2500∼5000t 규모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탄저균과 천연두, 페스트 등 다양한 종류의 생물무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능력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앤서니 코즈맨 연구원은 지난 3월 북한의 생화학 무기 보유 현황을 정리한 보고서에서 “북한은 11개 시설에서 천연두, 콜레라, 이질 등 13가지 생물무기를 개발하고, 18개 시설에서 화학무기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최근 문제가 된 시리아 화학무기 개발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비핵화 절차를 밟은 우크라이나는 ‘협력적 위협감축조치(CTR)’ 프로그램에 따라 생화학무기도 폐기했다. 2003년 비핵화 선언을 한 리비아도 생화학무기 해체 및 사용 금지 조약 준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