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ID·WMD폐기 등 요구 확대
정의용 訪美… 회담조율 가속화

文대통령, 시진핑과 곧 전화통화

NYT “주한미군 감축검토 명령”
펜타곤 “병력태세 등 변함없다”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비핵화 선제 조치를 잇따라 선언하자 협상 카드를 내보이지 않았던 미국이 핵무기뿐만 아니라 화학무기 등 모든 대량파괴무기(WMD)의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PVID)를 언급하는 등 폭과 강도를 상향 조정한 북한 비핵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나섰다. 미국의 이 같은 요구는 한편으로는 미·북 정상회담에서의 협상력 강화를 겨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과거 및 현재 핵 폐기 이후 핵 재건에 나설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금명간 통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극비 방미 등을 통한 미·북 정상회담 중재·조율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2일(현지시간) 취임사에서 언급한 ‘PVID’(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 조건에 대해 한국 정부와는 논의되지 않은 용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동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CVID)를 주장하던 미국이 미·북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강화된 북핵 협상 내부 방침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미국은 북한이 ‘체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여기는 인권 문제까지 이번 정상회담에서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 취임일에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성명을 내고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모욕적인 정부 아래 계속 고통을 받고 있는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북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거둬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에서 화학무기와 인권 문제를 직접 거론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핵 재건을 막기 위해 숨겨진 북핵 관련 시설과 핵 개발 인력에 대한 직접 사찰을 요구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에 주한미군 감축방안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는 “한국에서의 임무는 여전히 그대로이며 우리의 병력태세에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