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찰 소환을 하루 앞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전 경남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경남지사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신내역 등 영장재청구 안해
‘면죄부 주는 거냐’ 비판 자초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4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소환할 예정인 가운데 3일 현재 김 의원에 대한 통신내역 및 계좌추적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다시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기초적인 조사도 안 된 상태에서 소환 조사를 진행, 오히려 김 의원 측에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이 허술한 수사 행태가 결과적으로 전날 열린 김동원(49·필명 드루킹) 씨 재판에 대한 부실한 준비로 이어져 김 씨 측의 ‘혐의 인정을 통한 신속한 재판’ 전략에 힘을 실어준 꼴이 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찰은 지난 4월 24일 김 의원에 대한 통신내역 및 계좌추적 압수수색 영장이 검찰에 기각된 후 재신청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해당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며 조만간 다시 영장을 신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김 의원에게 제기된 핵심 의혹은 드루킹에게 댓글 여론 조작을 지시했는지(업무방해 공범)와 이 과정에서 자금 지원 등이 이뤄졌는지(정치자금법 위반 등)에 관한 것이었다. 압수수색 영장 미신청 등으로 볼 때 경찰의 수사는 이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황으로 관측된다.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한 단서를 확보하려면 김 의원과 드루킹의 접촉 시점과 빈도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어 두 사람 사이에 통신내역과 송금내역 등 계좌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김 의원 측이 소환 조사를 앞두고도 “신속하게 소환해 달라고 제가 여러 번 요구해온 것이고 당당하게 소명하고 정확하게 설명해서 더 이상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현재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다.

검찰 측 준비 부족으로 15분 만에 허무하게 끝난 전날 드루킹의 재판 역시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증거목록 제출도 미룬 채 “증거로 신청한 압수물 대부분을 경찰이 분석 중”이라며 다음 재판을 한 달 뒤로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임정환·이정우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