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니어재단 주최로 지난 28일 오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니어 한·중·일 프로세스’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남북정상회담 결과 등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원, 이숙종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김낙중 기자 sanjoong@

니어재단 ‘韓·中·日 프로세스’ 토론 - 남북회담 평가·전망

비핵화 - CVID 분명한 차이
명확하게 北입장 확인받아야

北에 지나친 보상 우려 있지만
계속 核 보유한다면 더 큰 재앙

긴 행렬의 첫걸음 내디딘 수준
北 비핵화 구체방법 제시해야

한·중·일 3국의 동아시아 문제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내놓은 판문점 선언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명시한 점을 평가하면서도 선(先)비핵화와 비핵화 방법론이 빠지면서 반쪽짜리 선언이 됐다고 지적했다.

니어재단 주최로 지난 28일 오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니어 한·중·일 프로세스’ 토론에 한국 측 전문가로 나선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평화체제로의 전환 등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모든 것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선행돼야만 의미를 가진다”며 “체제 안전 보장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이행이라는 두 개의 과제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대안을 찾아낼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비핵화 없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라고 할 수 없다”면서 “평화 체제 역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추진돼야 하는데, (이번 선언에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끝내고 평화 체제를 논의한다는 내용이 우선 강조됐다”고 비판했다.

일본 측 전문가로 토론에 참석한 호소야 유이치(細谷雄一) 게이오(慶應)대 교수는 “일반적인 ‘비핵화’와 ‘CVID’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우리는 북한의 입장이 무엇인지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에 좋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지만, 이번 남북 정상회담 선언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던 것”이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행되기 전에는 대북 제재·압박을 절대로 완화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중국 출신 전문가들도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북한이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퉈성(張타生) 중국 전략문제연구소장은 “다가오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CVID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그에 준하는 다른 합의라도 나와야 한다”며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들은 긴 행렬의 겨우 첫걸음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야오양(姚洋) 베이징(北京)대 교수는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줘야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고, (이를 위해) 미·북은 물론 한국과 중국이 협력해야 한다”며 “체제 보장과 관련해 많은 사람이 북한에 지나치게 큰 보상을 해주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만일 북한이 핵보유 국가의 길을 계속 간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큰 재앙”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 방안에 대해 중국, 일본 전문가들은 자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장 소장은 “선언문에 6자회담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어 실망스러웠다”며 “미국이 원하는 대로 2∼3년 내 일괄타결하는 방식이 추진될 경우 수반되는 복잡한 역내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전 일본 외무성 심의관은 “모든 국가가 각자의 이해를 추구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일부의 입장만 만족시키는) 부분 합의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남북과 중국, 일본과 미국이 서로 직접 연결되는 채널을 만들어 계속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