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환영 꽃다발 주는 민통선 초등학생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한 뒤 환영식장으로 향하기 전 화동으로부터 꽃을 받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군사분계선 넘어 역사적 만남

의전 리허설에 없던 돌발 상황
金 손잡고 MDL 넘었다 돌아와

의장대 따라 레드카펫 걸으며
가벼운 대화 주고 받으며 미소

사열 뒤 수행원단 소개 자리서
金 “인사 뒤 돌아갈 분들 있다”
文 “그럼 함께 사진 찍읍시다”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처음 대면한 16분간은 잘 짜인 의전 시나리오 속에 진행됐다. 이날 ‘깜짝’ 돌발 상황이 두 번이나 터져 나오는 등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 28분 판문점 북측 지역 판문각 현관문이 열리자 둘러싼 경호원들 안쪽으로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희미한 줄무늬가 새겨진 검은색 인민복에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김 위원장은 특유의 넓은 바지 자락을 펄럭이며 남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가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T2, T3 사이 군사분계선(MDL) 앞으로 다가오자 짙은 감색 정장에 파란 넥타이를 맨 문 대통령이 이미 남측 지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MDL 앞에 다가오기도 전에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면서 김 위원장을 반겼다.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이 폭 50㎝, 높이 5㎝로 된 MDL 앞에서 약 20초간 손을 맞잡은 채로 정상 간 첫 대면 대화를 나눴다. 이어 문 대통령의 손짓에 따라 김 위원장이 MDL을 넘어왔다. 두 정상은 김 위원장이 MDL을 넘어온 바로 그 자리에서 남쪽 자유의집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그 자리에서 다시 돌아서 북측 판문각을 배경으로도 기념촬영을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의 안내로 두 정상이 공식 환영행사장인 평화의집 앞 광장으로 이동하려 할 때 김 위원장의 즉석 제안이 나왔다. 같이 MDL 북측으로 넘어갔다 오자는 깜짝 제안이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9시 30분 김 위원장과 손을 잡고 MDL을 넘어 북측 지역 땅을 약 10초간 밟은 뒤 다시 남측으로 넘어왔다. 우리 정부가 사전에 공지한 일정이나 리허설에 없던 동선이었다.

두 정상이 다시 MDL 남쪽으로 내려오자 남측의 남녀 화동 2명이 김 위원장에게 환영의 꽃다발을 선사했다. 화동들은 휴전선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의 남쪽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대성동초교 5학년생들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방문한 것에 대한 환영의 의미이며, 김 위원장에 대한 화동들의 환영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환영 인사에 대한 보답으로 이 화동들과도 기념촬영을 했다.

이어 두 정상은 자유의집 우회도로에 깔린 레드카펫을 따라 약 130m를 걸어서 이동했다. 이동 간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았다. 두 정상의 앞뒤에서는 남측의 전통의장대가 길잡이를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호위행렬에 대해 “전통가마를 형상화하듯 장방형의 행렬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회담장인 평화의집으로 이어진 레드카펫 중간에 마련된 단상에 오른 두 정상은 남측 의장대를 사열했다. 단상 왼쪽에는 북측 수행단이, 오른쪽에는 남측 수행단이 자리했다. 문 대통령이 경례로 의장대에 인사할 때 김 위원장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꼿꼿이 걸어갔다. 의장대 사열 후 두 정상이 서로의 수행원을 소개했다. 양측 수행원 소개가 끝나자 김 위원장이 “수행원 중 일부가 사열이 끝나면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양측 정상 및 수행원 전원의 기념촬영이 이뤄졌다.

9시 42분 평화의집 로비에 들어선 김 위원장은 방명록 책상에 앉아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방남 방명록을 작성했다. 이어 민정기 화백의 대형 산수화 ‘북한산’을 문 대통령의 설명과 함께 잠시 관람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9시 44분쯤 회담장으로 들어섰다.

판문점=공동취재단,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