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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상법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시민단체에 약속했던 코레일과 SR(수서고속철도 SRT 운영사)의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SR가 출범한 지 1년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통합을 서두르는 것은 양사는 물론 국가적으로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는 지난 18일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 산업구조 평가’라는 제목의 2억5000만 원 상당의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고 한다. 이 연구는 코레일과 SR의 경쟁 관계를 해소해 철도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코레일-SR 간 경쟁 체제로 인해 공공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철도공사·노조 등의 요구도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시점에서 누구를 위해 철도사업자 간의 경쟁 관계를 해소하고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국토교통부의 연구 용역 발주 취지를 보면, 코레일과 SR가 통합해 경쟁이 해소되면, 공공성이 확보돼 국민은 저렴한 운임으로도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혀 다른 의견들을 제시하고 있다. 즉, 코레일과 SR가 통합되면 경쟁체제가 붕괴돼 국민보다는 철도공사·노조를 위한 사익만 제고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 만큼 코레일과 SR 통합 논란은 국민의 편의성 제고와 서비스 수준 향상에 초점을 맞춰 진행돼야 한다.

지난달 8일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3년 연속 흑자를 유지하던 코레일이 SR 분리 이후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도됐다. 즉, 코레일은 지난해 2500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본 반면, SR는 최소한 400억 원 이상의 흑자를 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코레일과 SR가 통합되면 코레일이 흑자 기조로 전환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코레일 사장으로서 코레일의 입장을 잘 대변한 발언으로 이해된다. 다만, 공기업의 사장으로서 국민의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코레일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코레일이 2014∼2017년 기간에 해마다 2000억∼4000여억 원 수준의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다만, 2015년에는 흑자를 기록했으나, 이 역시 영업이익이 아니라, 공항철도의 지분 매각을 통해 얻은 매각 차익 6180억 원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는 오 사장의 의견과는 달리 코레일이 현 상태로는 설령 통합을 한다 하더라도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통합을 주장하기에 앞서 코레일이 흑자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 절감이나 구조조정에 관한 자체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즉, SR 때문에 손실이 발생한 만큼 코레일과 통합해야 한다는 논리만을 가지고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SR 출범 전부터 코레일은 시장 독점체제에 안주해 자산 매각이나 방만한 조직 개편 등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SRT 개통 이후에 국민은 기존보다 요금이 10%가량 할인됨은 물론, 셔틀버스 운영이나 차내 전원 콘센트 설치, 와이파이 용량 확대 등과 같은 개선된 서비스 혜택도 누리고 있다. 즉, 경쟁 체제가 대(對)국민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가설이 더 설득력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경쟁 관계 해소는 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