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도운 논설위원

대통령 비서실이 현재와 같은 수석비서관 체제를 본격적으로 갖춘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68년 3월에 경제1·경제2·정무·의전·공보와 함께 민정수석비서관실을 신설했다. 민정의 사전적 의미는 국민의 안녕을 유지하고 행복 증진을 꾀하는 행정이라는 뜻이다. 또 국민의 뜻을 살피는 일이기도 하다.

다른 수석들과 마찬가지로 민정수석 자리도 통합, 폐지 등 부침을 겪었다. 1970년 유신 직후인 12월에 민정수석실은 정보수석실과 민원수석실로 분리됐다가, 7개월 만에 다시 통합된다. 1979년 박 전 대통령이 시해된 10·26 이후 민정수석실은 민원수석실로 개편됐으나, 또다시 8개월 만에 민정수석실로 복귀한다.

사상 첫 여야 정권 교체에 성공해 1998년 2월 취임한 김대중 대통령은 민정·행정·총무·의전·농림해양 수석실을 한꺼번에 폐지한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을 받던 금융·경제 위기를 감안해 11개 수석 체제를 6수석 체제로 대폭 구조조정 한 것이다. 그러나 1년 만에 폐지된 5개 수석실 가운데 민정수석실만 부활한다. 국정 운영을 하다 보면 민정 업무는 늘 대통령이 곁에 두고 챙겨야 했던 것이다. 통폐합을 거듭하면서 민정수석실의 역할도 달라졌다. 국민의 뜻을 듣는 기능보다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 등 권력 기관을 총괄하고, 공직자 인사 검증 등 정권 관리가 우선이 됐다. 직급은 차관이지만, 권한은 장관보다 막강해졌다.

역대 민정수석은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부터 민정수석이 대중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민정비서관이었던 우병우가 이례적으로 민정수석으로 곧장 승진하면서 주목을 받더니 검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자기 사람을 심는다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병우는 최순실 국정농단을 눈감았다는 비판을 받더니 결국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조국 현 민정수석도 대중 앞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거나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을 사흘에 걸쳐 국민에게 ‘강의’하더니,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의원 시절 외유에 대해 ‘적법’ 판정을 내렸다가 야당의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대통령의 비서들, 그 가운데서도 민정수석은 처신을 삼가야 한다. 권력을 가진 자의 ‘금도(禁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