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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사장賞 이주연 양

저는 항상 당신의 손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왔어요. 비록 당신은 손을 감추고 남들에게 보이는 것을 부끄러워하시지만, 제 눈엔 그저 아름답게 보일 뿐이랍니다. 가끔 당신의 손을 무의식적으로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식사 도중에 한 번, 당신이 잠자리에 들었을 때 한 번….

당신의 손을 볼 때마다, 그저 평범하디 평범한 손이 부끄러워집니다. 당신의 손처럼 특별함이 없어서일까요. 문득 제 손을 볼 때마다 그런 기분이 들어 혼자 씁쓸히 웃곤 합니다.

먼저, 아름다운 손의 첫 번째 주인공이신 아버지께 마음을 담아 제 마음을 전해볼까 해요. 사실 아버지의 손이 특별하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린 건 아니었어요. 평소 아버지 손 한번 가볍게 잡아본 적도 없었고, 더군다나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버지 손 잡기가 쑥스러워서였을까요. 아버지의 손이 특별하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알게 됐습니다. 그때는 현관에 달기 위한 도어록을 고르고 있었고요. 어머니께선 색다르게 지문인식이 되는 도어록이 어떠냐고 하셨고, 당신이 대답하시기를 ‘나는 지문이 없잖아요’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아버지께서는 손을 크게 다치신 적도 없으신데, 지문이 없다고 하시니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곤 이유가 무척 궁금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됐어요.

아버지께선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휴일도 없이 일하시지요. 직업의 특성상 ‘기술자’라는 직업이 아버지의 지문을 닳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이 고되고 힘들다는 것은 어릴 적부터 알아왔지만, 가족을 위해 지문이 닳을 때까지 일하신 것을 알게 되고 속상하기도, 감사하기도, 존경스럽기도 했습니다, 아직 늦은 것은 아니겠지요? 오늘부터라도 당신의 손을 잡아 드리며 가볍게 핸드크림이라도 발라드릴게요. 그러면서 좀 더 소통하고 자주 함께 있고 싶어요!

두 번째 주인공이신 어머니께도 여태 쑥스러워서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해볼게요. 오늘 아침에도 말다툼하고 나왔는데, 갑자기 죄송해지네요. 매일 투정 부려서 죄송해요. 본론부터 말하자면, 어머니의 한쪽 손 네 번째 손가락이 휘어져 있죠. 제가 중학생 때의 일로, 아직도 생생해요. 그날 시험이 끝나고 연락드렸는데, 현재 병원 응급실이고, 곧 수술하러 들어가신다길래 가슴이 철렁했어요.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얼굴로 병원에 도착해 아버지께 들어보니, 아버지의 일을 도와주시다가 기계에 손이 끼어 사고가 난 것이라고 하셨어요. 손가락이 으스러졌다고 하면 너무 잔인하지만 그날 어머니의 고통을 표현하기엔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수술 후 치료를 거듭한 결과 손가락은 다 나았지만, 후유증 때문인지 휘어지게 돼 속상해하셨죠.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어머니! 제 눈엔 너무너무 아름다운 손이니까요! 아버지의 일을 도우시다가 난 사고일 뿐이고요. 그러니 너무 창피해하지 마시고 숨기지도 마세요. 남들이 뭐라 한들 저는 어머니 손이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하니까!

이제 마지막 주인공이신 할머니께도 몇 자 적어볼까 해요. 할머니께서도 손에 지문이 다 닳아 투박하다고 늘 말씀하시죠. 하지만 가끔 할머니께서 고향에서 서울로 올라와 가정을 꾸리셨던 그때 일을 저에게 들려주실 때, 저는 할머니 손이 그저 아름답게 느껴질 뿐이랍니다. 당신이 얼마나 힘들게 가정을 돌보셨는지, 흘러간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할머니 손은 제게 보물 같은 존재예요. 그 작은 손으로 가정을 꾸려 오신 거잖아요? 그래서인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요, 행복한 하루하루만 만들어드리도록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