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실 점거농성 이틀째

성과급 못받아 쇠파이프 항의
9일 철야농성 이어 파업 예상
“枯死 직전… 노사가 양보해야”

한국지엠 노사가 4월 들어 한 차례도 교섭을 진행하지 못한 가운데 노동조합이 사장실 점거에 이어 철야농성 등 파업 수순을 밟아감에 따라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시작된 한국지엠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5일 오전부터 인천 부평구 부평대로 본사 사장실을 점거하고 이틀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카허 카젬 사장이 회사 임직원들에게 자금사정 악화로 6일 지급예정이었던 성과급 일부(1인당 450만 원)를 지급할 수 없게 됐다고 밝힌 직후 항의 방문 형식으로 사장실을 찾았다가 점거를 시작했다. 6일 오전 현재 10여 명가량이 사장실을 점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노조는 카젬 사장이 퇴진할 때까지 점거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사장실 점거에 이어 노조는 오는 9일부터 노조 간부들을 시작으로 현장 철야농성에 들어간다. 이후 11일에는 단체교섭 보고대회를 열고 전북민중대회 참가 등 장외투쟁도 확대한다. 노조는 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해 12일 노사 교섭 불가능 결정이 내려지면 곧바로 파업 돌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노조가 대화 대신 파업을 선택할 경우 제너럴모터스(GM) 본사 신차 배정, 장기투자, 정부지원 등은 줄줄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노조가 파업 수순을 밟는 사이 회사 경영사정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유동성 악화로 3월 말 팀장급 이상 직원들에 대한 지난해 성과급 지급이 불발됐고 6일 성과급에 이어 10일과 25일로 예정된 생산직, 일반직 임금 지급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장 GM 본사나 산업은행 자금지원이 없을 경우 자체 자금 마련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GM 측은 올해 노사 임단협 합의를 지원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부 2차 협력업체가 사업을 포기하는 등 부품 공급망도 하루가 다르게 붕괴되고 있고 3월 내수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6% 급락하는 등 판매조직도 고사 직전이다.

자동차업계 안팎에서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한국지엠 노사가 서로 양보해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어쨌든 양측이 합의해야 생존의 길이 열리는 만큼 회사는 경영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조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인천=박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