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미세먼지 대책 실효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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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국 가톨릭대 교수 前 환경정책평가연구원 (KEI) 원장

초미세먼지가 지난 주말부터 전국을 공습하고 있다. 평소보다 농도가 3∼4배나 높게 나오자 환경부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긴급조치를 발령했다. 미세먼지 중에서도 초미세먼지는 일급 발암물질로, 한번 몸에 들어오면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계속 축적돼 호흡기 질환을 넘어 조기 사망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특히, 건강에 취약한 노약자, 어린이, 임산부들에게는 위험 수준을 넘어 치명적이다.

2017년 ‘사회 키워드 빅데이터 분석’ 결과,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는 6위로, 육아(7위)나 출산(9위)보다 더 높았다. 미세먼지가 국민의 건강·생명에 직결되는 만큼 개인을 넘어 사회 차원의 문제로 봐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문제 중에서도 국가가 최우선순위를 두고 다뤄야 할 정책 과제다.

미세먼지 대책이 의도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발생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2014∼2015년 수도권 지역의 미세먼지(PM 10) 고농도 시(100㎍/㎥ 초과) 중국 영향은 68.6∼72.1%였다. 그리고 2017년 3월 17∼21일 중 발생한 국내 미세먼지 고농도 사례를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47∼80%)보다 초미세먼지(52∼86%)의 국외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환경부가 내놓은 대책은 과학적이지 않고 임기응변적이다. 수도권 차량 2부제, 공공기관 주차장 폐쇄, 지자체 소각장 가동 중단 등이 전부다.

한 국회의원은 “차량 2부제는 효과는 없이 국민이 미세먼지를 더 마시게 하는 정책”이라고 했다. 공공기관만 한정해서 60만 대의 차량 2부제를 시행할 경우, 미세먼지 저감률은 0.02%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016년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이승민 박사 연구에 따르면 중국 동북부 연안의 허베이·산둥·장쑤 등지에서 이동해 오는 미세먼지가 국내 대기의 질에 상시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정진상 연구팀도 2017년 중국 춘제(春節) 기간에 터뜨린 폭죽 속의 칼륨이 포함된 대기오염 물질이 한반도에 초미세먼지로 유입된다는 사실을 화학적 분석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대기환경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월경성(越境性) 대기오염물질의 저감에 두고 국가 차원에서 중국과의 환경협력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 간 정상회담 때 환경부는 중국 환경보호부와 ‘환경협력계획’을 세운다는 데 합의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한·중·일 환경장관회의(TEMM)가 지난 24일에 열렸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국가 간 미세먼지 자료 공개 외에는 획기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대기환경 전문가 그룹들이 제안하는 국가 간 미세먼지 감시평가 시스템의 하나로 논의되는 ‘동북아청정대기파트너십(NEACAP)’의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한 실행 조직이 설립되고, 여기에서 국가 간 대기 자료의 통합 모델 구축 및 모니터링, 통합평가 모형 개발, 배출량 인벤토리 구축과 같은 연구를 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도 현재 중앙정부, 지자체, 환경 관련 국책기관들이 산발적으로 수행하는 중국 대기질 관련 연구를 통합한, 가칭 ‘한·중대기질연구센터’를 발족시켜 NEACAP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환경정책 수단의 정교성이 담보될 때 국민은 미세먼지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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