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휴식을 마치고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전용 헬기에서 내려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中, 27일 김정은 訪中 브리핑
習의 개인적인 메시지도 포함”

韓·日 동맹과의 공조 기반한
‘최대한의 對北 압박’ 재강조

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으로
中에 對北 주도권 뺏길라 우려

미국 백악관이 27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방중과 관련해 “중국으로부터 관련 브리핑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동맹인 한국·일본과 긴밀하게 연락하고 있으며, ‘최대의 압박’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적합한 분위기를 창출하고 있다”면서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이는 북·중 관계 복원이 대북 제재·압박 기조를 흩트려서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그만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이 5월 미·북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에 상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해석된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배포한 성명에서 “중국 정부가 화요일 이른 시각에 접촉해와 김정은의 베이징(北京) 방문에 대해 브리핑을 해줬다”고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은 “브리핑 내용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개인적 메시지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샌더스 대변인은 “미국은 한·일과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런 진전이 ‘최대의 압박’ 캠페인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적합한 분위기(appropriate atmosphere)를 창출하고 있다는 추가적 증거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차례 “매우 좋은 관계”라고 밝힌 시 주석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한·일 등 동맹과의 공조에 기반한 ‘최대의 압박’이라는 점을 재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반응에는 이번 김정은 위원장 방중을 계기로 대북정책 주도권이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중 정상 간 협의 내용이 당장 오는 5월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샌더스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관한 준비에 대해 말하자면 대통령은 많은 영역에 있어 최신 동향들에 대해 파악이 잘 돼 있다”고 밝힌 것이 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을 통해 현재 ‘국제사회 대 북한’으로 돼 있는 구도를 다시 ‘북·중 대 한·미’, 또는 ‘남·북·중 대 미·일’로 치환하면서 ‘북한 고립 외교’에 균열을 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될 경우 한반도 정세가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갈 수 있다는 관측도 급증하고 있다. 북한이 중국을 활용해 한·미의 양보를 얻어내고, 이 과정에서 핵 개발을 이어가는 기만술을 펼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군사적 옵션 실행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장관에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대사 등 ‘초강경 매파’를 내정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