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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도자들 외에는 김정은의 얼굴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

집권 이후 7년 만에 첫 해외 방문에 나서며 국제 외교 무대에 등장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모습은 25∼28일 나흘 동안 철저히 베일에 가려졌다. 올 때는 물론 갈 때도 전혀 모습이 대중에 노출되지 않았다. 당국의 철저한 통제와 경호 덕분이었다. 그만큼 철저하게 극비리에 진행된 방중이었다.

27일 오후 3시쯤 중국 베이징(北京) 중심가에서 멀지 않은 베이징역 주변. 역 플랫폼에는 김 위원장을 태우고 다시 평양으로 돌아갈 특별열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중국 공안당국은 역 광장 입구를 바리케이드로 완전히 차단했고, 베이징의 일반 시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갇혀 있어야 했다. 웅성거리는 소리 가운데 ‘진싼팡(金三반·김씨 집안 세 번째 뚱보라는 뜻으로 중국인들이 김정은을 비하하는 호칭) 때문’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30분 이상 오도 가도 못했던 시민들은 검은색 세단 차량에 탄 김정은 일행이 역 왼쪽 특별통로를 통해 역 구내로 들어간 뒤에야 이동이 가능했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신호와 함께 2개월여 동안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 제안 등 파격적인 외교 행보를 보이며 ‘은둔형 독재자’ 이미지를 벗으려 했던 김 위원장의 시도는 이번 중국 방문에서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전격적으로 회담을 했지만,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설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다. 북한과의 ‘비정상적 국가 관계’를 다시 한 번 드러낸 중국의 행태도 뒷맛이 씁쓸하다. 철저한 취재 봉쇄 속에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은 사실상 공안에 쫓겨 다녀야 했다.

그동안 중국은 “김정일 시대와 같은 극비 방문을 없애겠다”고 외쳤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중국 내에서는 김 위원장 방중 기간 중 관련 소식이 단 한 글자도 보도되지 않았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다시 중국의 ‘죽의 장막’ 뒤로 숨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utopian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