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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학계, 개헌안 잇단 비판

“美·佛 등보다 개입규정 많아”

“사회주의 헌법을 만들자는 건가요?” “경제력 집중을 막는다는 차원이면 대기업은 모두 없어져야 한다는 뜻인가요?”

토지공개념 명시, 경제민주화 조항 강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경제력 집중과 남용 방지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부문 개헌안이 발표되자 재계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대놓고 의견 표명을 하면 ‘적폐’로 찍힐 수 있다며 모두 ‘익명’을 요구했다. 특히 경제 및 헌법학계에서는 대통령 개헌안의 ‘이념 지향성’과 지나친 ‘국가 개입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22일 “가뜩이나 규제가 많은데 헌법상 경제민주화 강화 조항이 또 얼마나 많은 법률 개정을 촉발할지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지주회사 규제·신규순환출자금지·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 사전규제 패키지들의 위헌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아예 1987년 개헌 과정에서 헌법 제199조 2항에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문구를 먼저 삽입했던 게 대표적 사례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대인데도 불구하고 ‘쇄국’ 시대에나 걸맞은 규제로 우리 스스로 국내 기업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계는 현행 헌법에 이미 ‘사회주의적’ ‘통제경제적’ 조항들이 많은데 이 같은 특징들이 한층 강화됐다고 분석한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자본주의 속성이 강한 나라일수록 헌법에 경제조항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자본주의 국가들은 한국처럼 경제질서에 대한 상세한 개입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면에서 (현행 헌법도) 구소련·구동독과 북한, 쿠바 등 계획경제를 표방하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헌법에 훨씬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경제체제를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개헌안은 국가 개입주의가 지나치게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 개입주의는 ‘삶의 국유화’를 부른다”면서 “이는 ‘결과적 평등주의의 만연’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같은 맥락에서 토지공개념 헌법 명시와 관련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가 발전을 위해 (토지를) 내놔라’라고 할 수도 있는 건데 이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현행 헌법(제23조)만으로도 충분하고, 이런 부분을 강화하면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 노동권 강화 조항들을 놓고도 산업계는 ‘정교함의 결여’를 지적한다.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근속기간, 업무능력 등 여러 인적 속성과 근로계약 체결 정황에 따라 처우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이를 하나의 틀로 계량화해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기업 간, 업종 간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경우 자칫 노사 간, 노노 간 갈등만 증폭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승배·이관범·박수진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