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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강연료 쾌척…‘대한해협해전 영웅’ 최영섭 예비역 대령

“어렵게 사는 손자 맘에 걸리지만
홀로 두자녀 키우는 유족 돕고파
국가가 세월호 못잖게 관심갖길”

“천안함 폭침, 연평해전, 6·25 장사상륙작전 문산호 학도병 등 해군 참전용사 자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구순 노병의 마지막 마음입니다.”

6·25전쟁에서 첫 승전보를 올린 대한해협해전의 영웅이자 최재형 감사원장 부친인 최영섭(90·예비역 해군 대령·사진) 해양소년단 고문은 19일 서울 용산 육군회관에서 엄현성 해군참모총장에게 바다사랑 해군장학재단 기부금 3000만 원을 전달하며 “약소하지만 노병의 작은 성의”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고문은 “20여 년간 학생, 교사, 군인을 대상으로 300여 회 안보 강연을 하며 몇 십만 원씩 받은 강연료”라며 “죽기 전 나라로부터 받은 은택(恩澤·은혜와 혜택)과 해군 공동체 일원으로서 산 보람을 죽기 전 1만 분의 1이라도 갚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의 기부도 제 인생을 정리하는 한 과정이며 구순까지 강연할 수 있었던 것은 밝은 눈과 큰 목소리를 주신 하나님의 은혜이자 소명”이라고 감사를 표시했다.

최 고문은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천안함 폭침의 주범인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방남에 항의하는 천안함 전사자 유족 중 남편(고 김경수 상사)을 떠나보내고 시골에서 당시 7·9세였던 두 자녀를 힘겹게 키워온 윤미연(40) 씨를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며 “국가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지원한 것 이상으로 나라를 지키다 전사한 분들의 자녀를 돌볼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2일 장남(최재신) 부부에게 기부금 의사를 처음 밝혔다. 그는 기부 의사를 밝히면서 “맏손자가 20평 아파트 전세로 어렵게 살아 할아버지가 보태줘야 하는데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지만 아들이 “아이들은 그네들 인생대로 삽니다. 아버지 존경합니다”고 말해줘 위안이 됐다고 한다. 최 고문은 평소 ‘남길 것이 없어 가정이 더 화목하다’는 삶의 철학을 실천해왔다.

최태복(대령) 해군 정훈공보실장은 “명예 해군정훈병과장인 최 고문이 한 푼 두 푼 모은 강사료마저 해군 전사 장병들을 위해 헌사한 것은 그분의 전부를 내놓으신 것”이라며 “끝없는 나라사랑 정신을 실천해 오신 분으로 삶 자체가 장병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고문은 지난해 2월 4대 가족과 함께 경원선 침목(枕木) 나눔 기부에 동참하기도 했다.

최 고문은 “나는 우리 집안에서 육·해·공군, 해병대 대원들을 지휘하는 통합군 사령관”이라며 군인 가족임을 자랑스러워했다. 최 고문 두 동생이 해병대 대령(최웅섭), 해군 중사(최호섭), 장남은 해군 대위, 둘째 최 감사원장은 육군 중위, 셋째 최재민 씨는 공군 대위, 넷째 최재완 씨는 육군 소위로 제대했다. 손자 다섯 명 중 2명은 육군, 한 명은 해병대, 다른 한 명은 해군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