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野, 여가委 회의서 질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19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최근 ‘미투(Me Too)’ 운동 관련 정부의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보고했으나 일부 여당 의원조차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뒷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일부 야당 의원은 정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여가부는 이날 회의에서 이숙진 여가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을 설치하고 피해자 상담·심리 지원 등 법률 지원을 내실화하는 내용의 대책을 추가로 보고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일 여가부를 비롯한 12개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범정부 대책기구(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업무상 위계에 의한 간음죄의 법정형을 최대 징역 10년으로 늘리는 등의 성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미투 운동이 한 달 이상 지속된 뒤에야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쏟아낸 것을 두고 ‘늑장 대처’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은 “미투 국면에서 여가부가 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며 “성폭력 방지 업무를 도맡는 주무부처가 내내 존재감이 없었다는 것은 장관이 의지가 없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이어 “장관직을 걸고 ‘예산을 얻어오겠다, 관련 법률을 고치겠다’고 말하라”고 요구하자 정 장관은 몇 차례 망설인 끝에 “직을 걸겠다”고 답했다.

김승희 한국당 의원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경우,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았으니 (위계에 의한 간음이 아닌) 강간죄가 적용돼야 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정 장관은 “(강간의 기준은) 국제기구에서 권고한 대로 동의 여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안 전 지사 사건은 현재 수사 중이기 때문에 강간죄다 아니다 말할 수 없다”고 답변을 피해갔다. 이에 김 의원은 “정 장관은 소극적인 대책만 내놓지, 강간 관련 법 조항을 고치겠다는 문제의식이 없다”며 “여가부 장관으로서 자질이 의심스럽다.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 장관의 소극적인 답변이 이어지자 여당 소속 남인순 여가위원장마저 “장관은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로 답변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