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계 ‘땜질식 지원’비판
“기업 氣 살려야 일자리도 늘어”

양질의 중소·중견기업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책에 안주하게 하는 ‘피터팬 증후군’(타인 의존 심리)을 부추기거나 가업 상속을 포기하게 하는 ‘각종 규제’부터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의 일자리 확대를 위한 ‘땜질식’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청년층이 선호하는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규제 혁파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16일 경제·산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히든 챔피언(숨은 강소기업) 강국’인 독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산 규모별 기업 규제’가 무더기로 섞여 있어 되레 중소기업인의 도전의식과 성취 의욕을 떨어뜨리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독일에는 중소기업 육성 정책 외에 규모별 차별 정책은 없다”면서 “반면 우리는 30여 법령에서 100건에 육박하는 자산 규모별 규제가 존재하고 있어 중소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도약하려면 ‘규제 허들’을 수차례 넘어야 하는 성장통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차별 규제는 늘어난다. 3000억 원 이상 시 28건, 5000억 원 이상 시 40건, 2조 원 이상 시 56건, 5조 원 이상 시 86건, 10조 원 이상 시 98건 등이다. 자산 총액이 5000억 원을 넘어서면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에도 적용받아 사업 축소·확장 자제 등의 권고를 받게 되는 불확실성도 감수해야 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우리나라의 ‘히든 챔피언’ 수는 독일의 32분의 1,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히든 챔피언이 탄생할 수 없는 이 같은 구조가 결국 대·중소기업 간의 열악한 ‘갑을 관계’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히든 챔피언인 가구 부품회사 헤티히의 경우 4대에 걸친 가업 승계를 통해 130여 년간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가업 승계를 통한 경영의 지속성 확보는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할 수 있고, 여러 세대에 걸쳐 기술을 집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히든 챔피언의 핵심 요건으로 꼽힌다.

하지만 미국·독일 등은 상속세를 폐지하는 추세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최대주주 할증 포함 시 최대 65%)을 고수하고 있어 가업 승계 포기 사례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