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투’운동 전방위 확산

서울대 의대 교수들 “동료 의사가 간호사 性폭력”

성폭력 폭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방위로 전개되면서 곳곳에서 파문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부하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국가인권위원회 직원이 지금도 인권침해 사건 조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8일 드러났다. 서울대병원에서는 교수들이 ‘동료 교수가 간호사를 성희롱해 사직에 이르게 했다’는 내부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병원 측은 성희롱 당사자로 지목된 교수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한 사실을 전하면서 “면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 등에 따르면 직원 A 씨는 부하 직원을 추행한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A 씨는 인권위 기획재정담당관실 팀장이던 2014년 2월 회식 장소에서 한 직원에게 ‘사랑한다’ 등 귓속말을 하고, 잡은 손을 한동안 놓아주지 않은 혐의(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인권위는 A 씨를 강등시키긴 했지만, 인권위에서 계속 근무하도록 뒀다. 반면 피해자는 2014년 11월 직장을 옮겼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 원 이상을 선고받은 공무원은 당연퇴직해야 하는데 이 규정이 2015년에야 마련돼 A 씨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인권위 측은 “현행 규정상 A 씨에게 줄 수 있는 불이익은 다 줬다”며 “A 씨를 성(性)과 관련한 사건 조사 업무에서 배제했고, 승진 대상에서도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의대 정신건강의학과교실 기획인사위원회 소속 교수 12명은 “동료 B 교수가 그동안 서울대 의과대학생, 병원 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 등을 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이날 일부 언론에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2013년 10월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워크숍 때 B 교수가 성희롱성 언행을 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B 교수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서울대병원 측은 전했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B 교수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면 경찰에 고소하면 될 것 아니냐”고 펄쩍 뛰고 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2006년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초대 이사장을 맡아온 고은 시인이 2월 말 면직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7일부로 면직 처리했다고 밝혔다.

김수민·이해완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