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엔 보조금 등 지원 배제
예술인들 “장기적 시스템 필요”

문화체육관광부가 8일 내놓은 문화예술계 성폭력 대책에 대해 문화예술계는 일단 환영하면서도 뿌리 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시스템 마련을 요구했다.

문체부는 이날 국가인권위원회, 민간전문가와 함께하는 특별 조사단 구성과 특별 신고·상담 센터 100일 운영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했다. 성폭력 가해자 등을 공적 지원에서 배제하기 위해 상반기 중 국고보조금 지침을 개정하고, 국립예술 단체 임직원 채용과 징계규정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제까지 성폭력 문제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요구는 두 갈래로 정리된다. 하나는 문화예술계에 적합한 실태 파악, 지원, 대책 그리고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다른 하나다. 이번 정부 대책도 일단 이 두 틀 안에서 이뤄졌다. 문체부는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한 특별 조사단을 꾸려 다음 주부터 100일간 진상조사, 피해자 지원, 가해자 수사 의뢰를 진행한다. 2차 피해가 확인되면 특별 신고 상담센터와 연계해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여성가족부와 협력해 운영할 특별 신고 상담센터는 피해자 상담부터 신고, 민·형사 소송 지원, 치유프로그램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문화예술, 영화계, 출판, 대중문화산업 및 체육 등 5개 분야로 나눠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심층 인터뷰에서 피해 사례가 나올 경우 신고·피해자 지원 절차를 진행한다.

이와 관련, 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인 이성미 시인은 “문화계는 이제까지 한 번도 공식적인 신고, 조사가 없었던 터라 한시적 운영으로 문제가 드러나 해결될 수 없다. 여가부의 상담센터도 사건 중심 서비스로 문화예술계 성폭력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며 “문체부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