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2차피해 우려 익명글
대부분 상사가 성추행·성희롱
市, 사실확인 어려워 대책 부심

사회 전방위적으로 확산 중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불똥이 최대 광역지자체인 서울시로 튀었다.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 공무원들의 폭로가 잇따르면서 조직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서울시는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저지른 사실이 확인된 공직자를 엄단한다는 방침이지만, 신변노출로 인한 2차 피해를 우려한 피해자들이 익명 게시판을 활용하고 있어 사실관계 확인도 못한 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내부 게시판에 익명의 여성 공무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우리도 미투운동할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상사에게 보고 들어가니 볼을 꼬집거나 팔을 만졌고 주말에 아버지뻘 되는 분들이 어디 같이 놀러 가자고 하더라”며 “가해자에 대한 실명공개까진 무리겠지만, 사례라도 공유해봤으면 한다”고 남겼다. 이후 여직원들의 피해사례 공개가 이어졌다. 한 직원은 “첫 회식자리에서 상사가 2차로 노래방에 가서 여직원들에게 귓속말하고 베어먹던 사과를 여직원의 입에 넣어 정말 충격을 받았다”며 “그때 사진이라도 찍어둘 걸 내내 후회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또 다른 직원도 “당신의 노예가 되고 싶다며 손 주무르던 사무관님이 떠오른다”며 “요새도 그러고 계시냐”고 비판했다. 이처럼 피해 사례 공개가 이어지면서 해당 글 조회 수가 5000회를 넘었고 가해자들의 행태에 대한 비난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박진형(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시가 운영 중인 성희롱 고충상담 및 신고처리 시스템에 접수된 신고는 16건에 불과했다. 박 의원은 “상사가 부하직원을 상대로 저지른 사례가 대부분이라 우월한 위치인 상사에 의해 대부분 사실관계가 축소되거나 은폐된 것이 저조한 신고율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실명 신고가 있어야 조사 착수가 가능한데 현재는 사실관계 확인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여성가족정책실을 중심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