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갈등 대응책 모색 분주

통상전문가들 “美 설득” 조언
“WTO 제소하는건 실효 없어
피해국과 공조 美법원에 제소”

미국의 전례 없는 통상압박에 중국과 유럽연합(EU)이 강력하게 맞대응하는 글로벌 무역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소규모 개방경제를 표방하는 한국이 무역전쟁에서 생존하려면 균형감을 잃지 말아야 하며, 외교·통상 분야의 협상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5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긴급 통상관계장관회의를 연다. 미국 보호무역조치와 격화하는 미·중·EU의 무역갈등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다.

산업부는 지난 3일 아웃리치(외부 접촉)를 마치고 귀국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경과보고를 할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6일 또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미 의회와 철강·자동차 등 업계 주요 관계자들을 만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조치가 한국은 물론 미국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을 강조하며 이들과 공동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압력을 가할 예정이다. 이번 주에 ‘무역확장법 232’에 따른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최종 관세 부과 결정이 내려지는 만큼 이를 막는 데도 주력할 계획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관세조치가 나라별 차이 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으나, 자국이 생산하지 못하는 품목에 대해선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본부장은 이런 점들을 고려해 설득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이 전방위로 관세 부과를 밝힘에 따라 중국과 EU도 이익 보호 차원의 강도 높은 맞대응을 언급해 우리나라로선 어느 편에도 서기 힘든 곤란한 상황에 처할 전망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통상정책의 재점검과 강대국 사이에서의 균형 잡힌 외교, 끝까지 미국 측을 설득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에 대해선 현 조치들을 바꿀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압박을 가할 것을 요구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것은 실효가 없고 미국의 통상정책 때문에 피해를 입는 다른 국가 혹은 미국 내 기타 업종과 공조할 필요가 있다”며 “피해기업들과 미국 법원에 제소를 통해 보호무역조치를 포기하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면대응하는 것보다는 미국 의회나 정·관계를 설득하는 등 다양한 채널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최근의 통상분쟁은 정치적 메시지도 포함하고 있기에 한·미 정부의 신뢰 회복이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민·권도경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