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영택 경기대 교수가 7, 8년간 전국의 주요 골동품상을 직접 찾아다니며 수집한 삼국시대 토기류(왼쪽 상단)와 조선시대 목기류. 이길이구 갤러리 제공
‘수집狂’ 미술평론가 박영택 ‘취향심향II’展
삼국시대土器서 조형감 깨닫고
8년전부터 지방다니며 컬렉션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미감에
주어진 재료의 물성 살아있어”
김환기 등도 고미술에 큰 애정
이미지 크게보기 박영택 교수가 고서화와 공예품 등 고미술품의 아름다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집광으로 이름난 미술평론가인 박영택(55) 경기대 교수가 ‘취향심향(趣向心向) II : 미술평론가의 수집미학’ 타이틀로 이길이구 갤러리(02-6203-2015, 서울 압구정로 2길 29)에서 16일까지 고미술품 컬렉션 전시회를 연다. 전시에는 삼국시대 토기를 비롯해 청화백자, 반닫이, 서안, 목기, 민화, 옹기 등 다채로운 고미술품 100여 점을 선보이게 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고미술품을 보는 안목부터 고미술이 우리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치, 고미술 시장에 대한 생각까지 현대미술 평론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해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 교수는 화단에서 이름 석 자만 가지고도 작가들이 평론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평론가로 유명하다.
박 교수는 고미술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7, 8년 전 우연히 한 화가의 작업실에서 삼국시대 토기를 유심히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소박함과 단순함 속에 깃든 조형 감각의 탁월함을 발견하고 수집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고미술품 컬렉션에 나섰고, 삼국시대 토기 130여 점을 비롯, 모두 수백여 점의 고미술 작품을 소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대미술 평론가는 고미술품의 조형미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고미술품의 조형미는 천진무구하게 사물을 바라보는 장인의 시각으로 출발합니다.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최대한 절제된 미감으로 주어진 재료의 물성을 그대로 유지하며 작업을 합니다. 물론 번잡한 장식과 의도적 치장도 하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인위적 흔적만을 얹어 작품이 완성되죠.”
그는 삼국시대의 토기 가운데서도 “가야의 토기를 가장 좋아한다”며 “백제의 토기가 투박하고 소박하다면 가야의 토기는 신라의 토기보다도 더 섬세하고 여성적이면서 심플한 직선으로 이뤄져, 선의 조형미가 살아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고미술과 현대미술의 접점에 대해서도 분명한 생각을 밝혔다.
“우리 근현대기 많은 작가의 공통 과제가 갑자기 망실된 우리 전통과 밀려 들어온 서구의 현대미술 사이에서 한국적 현대미술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김환기 도상봉 윤형근 이우환 서세옥 박노수 권진규 박수근 장욱진 이대원 김종학 권옥연 등 우리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분들이 골동에 관심 가진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는 우리 현대미술의 미래도 고미술의 정수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딸려 있다고 단언했다.
“우리가 현대미술의 뿌리인 고미술 정신을 접한다고 해 산수화나 민화 등을 무조건 따라 그리는 것은 다분히 ‘키치’(Kitsch, 저속한·하찮은)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죠. 따라 그릴 것이 아니라 전통 수묵화나 도자기 등의 공예품에 나타난 전통미술의 정수를 캐치해내 소화해야 합니다. 윤형근(1928∼2007) 선생님의 작품을 예로 들어보죠. 서구에서 출발한 추상화 작품이지만 선생님의 작품에는 먹물이 번져 나오듯 수묵의 맛이 자연스럽게 표현돼 있습니다.”
한편 박 교수는 일부러 인사동 등지의 유명한 고미술상은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고미술상에 대한 그의 견해도 한몫한다.
“골동을 별도로 분리시키지 말고 현대미술과 함께 조형적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나 대부분의 골동 주인들은 고미술품이 몇 세기 것이고, 희귀해서 얼마짜리인지 따질 줄만 알지 어떤 면에서 조형적으로 매력적인지, 선의 맛이 어떠한지를 설명해주지 않아요.”
박 교수는 그의 말처럼 인사동 고미술상에 집착하지 않고, 황학동 벼룩시장으로부터 대구, 부산, 광주, 충주 등 지방의 골동품상들을 두루 찾아다니며 작품을 수집하고 있다.
글·사진 =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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