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대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미 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한반도 정세와 미국의 대북정책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내퍼 美대사대리 기자간담회

‘대화조건 비핵화’거듭 확인
김영철 訪南 결과 분석한 뒤
美입장 대사대리 통해 표명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대리가 28일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대화로 가는 길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것은 북한이 대화 공세를 펼치면서 핵·미사일 개발 시간 벌기에 들어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내퍼 대사대리가 “(북한이) 우리에게 적절한 태도를 보여줘야 하고 적절한 결정도 해줘야 한다”고 말해 북한이 비핵화를 주제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내퍼 대사대리는 이날 오전 서울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전제조건에 대해 “대화 전제로서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전달할 때는 뉘앙스를 가진 미묘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대화 조건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퍼 대사대리는 “우리(미국)는 항상 똑같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는 의미 있고 진지한 입장을 내놓는다면 우리는 대화에 참여할 의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내퍼 대사대리는 “이 입장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 이후 유지해온 입장”이라며 “우리 입장은 북한 주민의 안녕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옳은 결정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가 여전히 핵 보유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북한 인사들이 비핵화 대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은 만큼 미국은 아직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퍼 대사대리의 이날 기자회견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방남 중 미국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한 것에 대해 미국 정부가 관련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도 보인다. 실제로 이번 기자간담회 일정은 내퍼 대사대리의 과거 기자간담회와 차이점을 드러낸다. 내퍼 대사대리는 지난해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및 국회연설 때는 바로 다음 날 기자간담회를 처음으로 가진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기자간담회는 시점상으로 지난 26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의 귀국 직후가 아닌 27일 김 통전부장의 귀환 직후가 됐으며, 미국 측은 김 통전부장의 방남 내용 분석을 마친 뒤 내퍼 대사대리를 내세워 그에 대한 반응을 자연스럽게 노출하는 모양새가 됐다. 또 이 같은 수순은 그만큼 김 통전부장의 방남을 미국 정부가 주시하고 있었다는 방증인 셈이다.

박준희·김유진 기자 vinkey@munhwa.com, 외교부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