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등 ‘평창 후속’ 고민
“北美대화 위한 여러작업 진행”
전문가 “비핵화 원칙 지켜가야”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이 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림픽 이후 남북대화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미 합의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의 후속 카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비핵화 의제 수용을 설득하고, 미국 등 주변국들과 충분한 조율을 하면서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현재로서는 올림픽 폐막식 등을 계기로 계획 중인 남북 교류 일정은 없다”며 “북·미대화, 남북정상회담 여건 성숙을 위해 여러 가지 작업이 진행되는 상황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한 대표단이 개막식에 참석하고 북한으로 돌아간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대화 진전을 위한 가시적 성과는 없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설날 연휴 기간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대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는 이처럼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대화의 진행과 관련 미국의 입장이 정해지기를 기다리자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마냥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실제로 유엔 제재나 미국 독자 제재의 대상이 아니면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군사당국 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의 후속조치는 속도나 수위 조절을 하겠지만 예정대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가 남북대화를 북·미대화, 특히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분위기 조성이나 예비적 접촉의 범주에 포함하는 것에 대해 미국도 양해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대화 유지 조건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등을 요구할 수 있는데 부당한 요구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여야 한다”며 “비핵화라는 원칙 아래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과 협의를 잘해야 한다”며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한국이 대화를 중재하고 있는 모양인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정확한 메시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날 남북한 당국자가 지난 연말 두 차례에 걸쳐 평양에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를 협의했다는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보도에 대해서는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당 보도는 오보이며, 정정보도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미국 대표단으로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은 오는 23일 입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방카 고문은 방한 기간 문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예상되며 북·미대화와 관련한 주요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병채·김유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