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인천 유유기지에서 활동하는 왓칭클래스 모임 청년들이 ‘노동에 감사한다’는 캠페인 문구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유유기지 제공

PC·복사기 등 자유롭게 사용
모임 35개… 참가인원 131명
오픈 3개월간 3128명 다녀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둥글게 모여 앉는 것이다.’

인천 남구 제물포역(경인전철) 인근에 위치한 청년 공간 ‘유유기지’에 들어서면 맨 먼저 눈에 띄는 글귀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곳 유유기지는 청년들이 모여 함께 미래를 고민하고 꿈꿀 수 있게 인천시가 마련한 전용공간이다. 유유기지는 ‘마음이 흐뭇하다’ 또는 ‘한가하고 여유롭다’는 뜻의 유유(愉愉·悠悠)와 ‘다른 목적지에 가기 전 잠시 머무는 공간’이란 뜻의 기지(基地)를 합성한 말이다.

바닥면적 465㎡ 공간에 남 눈치 보지 않고 편히 낮잠을 즐길 수 있는 ‘충전기지’와 컴퓨터와 복사기 등 각종 사무용품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작당기지’ 등 젊은 취향에 맞게 꾸며진 방이 여럿 있다. 만 18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며 특별히 정해 놓은 사용수칙도 없다. 또래가 같이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다 “이거 한 번 같이 해 볼래” 하며, 자연스레 모임이 결성되는 공간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임만 35개, 참가 인원은 131명이다. 유유기지가 문을 열고 3개월간 이곳을 다녀간 청년은 모두 3128명. 하루 평균 36명이 이곳에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저마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작당’을 했다.

그 중에는 이미르(30) 씨가 이끄는 ‘왓칭클래스’란 모임도 있다. ‘당신의 노동에 감사합니다’란 슬로건을 내걸고 매주 주변의 건물 청소 미화원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등을 찾아가 따뜻한 차 한 잔, 또는 드링크 한 병을 전달한다. 차가 담긴 종이컵과 드링크 병에는 그들이 정성껏 그린 그림과 예쁜 글귀가 쓰였다. 이 씨는 “앞으로 취업해 우리가 할 노동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우선 남이 하는 일에 감사하는 마음이 먼저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며 캠페인을 벌이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또 다른 모임 ‘비투게더’의 리더인 이종훈(25) 씨는 고교 동창 셋과 이곳에 모여 외국인을 위한 국내 여행 지도를 만들었다. 이 씨는 “지금 당장 취업할 생각은 없다”며 “수익은 없어도 친구들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올 이곳에서 결성된 100여 개 청년모임에 각각 50만 원씩 활동보조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이들이 계획하는 프로젝트에 최고 1000만 원까지 지원하고, 필요하면 관련 기업과도 연계시켜 줄 계획이다. 유유기지 운영 책임을 맡은 김문식 기지국장은 “이곳을 찾는 청년들 대부분은 취업이나 창업을 위해 무엇을 해주기보다 그들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게 내버려 두길 원한다”고 말했다.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