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월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KT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4차회의 모습. 뉴시스

작년 취업증가폭 제자리 걸음
“기업 옥죄기론 고용창출 불가”

문재인 정부의 주요 노동정책은 4차 산업혁명의 전제 조건이자 세계적인 흐름인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와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가 지난해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 등 양대 지침을 완전히 폐기함에 따라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는 당분간 어렵게 됐다. 양대 지침은 저성과자 해고를 허용하고, 노조의 경영간섭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민간기업들도 이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최저임금 대폭 인상, 통상임금 문제 등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조치들을 차례로 진행하면서 기업의 비용 부담도 크게 늘어가는 추세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도외시한 정부 주도 일자리 정책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투입한 일자리 예산은 본예산 기준 17조736억 원으로, 전년보다 약 7.9%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추가경정예산까지 합치면 일자리사업 예산은 18조285억 원에 달했다.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투입으로 고용 창출을 촉진해 취업 취약계층이 겪는 실업 충격을 줄이는 한편, 취업·고용 관련 인프라 기반 강화를 통해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현실은 정부의 기대만큼 움직이지 않았다. 각종 경제지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국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지난해 11월 9.2%를 기록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예년 수준에 머물렀다.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총 2655만2000명으로 2016년보다 31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발표했던 인천공항공사에선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로 구성원 간에 갈등이 빚어졌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는 임용고시 준비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인해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들을 옥죄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비롯, 자유로운 경영 여건을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존재는 민간이지 정부가 아니므로, 정부는 기업을 하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