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서울 노원구에 설치된 이동버스에서 직접 일자리안정기금 신청 안내 서비스를 진행했다. 전국 6개 권역에 마련한 ‘찾아가는 현장접수처’의 하나다. 김 장관은 지난 22일엔 고용부 간부들에게 “당장 신청서를 들고 거리로 나가시라”고 채근했다. 중소벤처기업부·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에도 총동원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장관까지 거리 ‘호객’에 직접 나선 것은 확실한 최저임금 인상 보완책으로 믿었던 일자리안정기금 신청 실적이 극히 부진한 탓이다. 1월 1∼26일 신청 건수는 9503건, 대상 근로자 수 기준으로 0.7%에 불과하다. 올해 3조 원이 책정된 일자리안정기금은 30인 미만 사업주에 월 급여 190만 원 미만 근로자 1인당 월 13만 원을 보조한다. 나랏돈을 주겠다는데도 대상자들이 손사래 치고, 당황한 정부가 제발 신청해달라고 애걸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으로 16.4% 급등한 지 내일로 한 달이다. 취약 근로자를 위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의 첫걸음이지만, 현장에선 예견됐던 파열음으로 가득하다. 정부에 정책이 있다면 국민에겐 대책이 있다. 음식점·프랜차이즈 가맹점·주유소 등은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그 자리에 자동화 기기를 설치하거나 가족들로 대체했다. 어렵게 자리를 지킨 아파트 경비원에겐 휴식시간 확대 등으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상쇄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외려 취약 근로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현장에서 사업주는 물론 직원으로부터도 냉대를 받은 배경이다.

곳곳에서 불만이 증폭되자 정부와 여당은 애꿎은 상가 임대료 탓으로 떠넘기며 인상률 상한선을 낮췄으나 한참 잘못 짚었다. 문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최저임금 인상 충격이 “일시적일 것”이라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일자리 안정기금을 이용하면 문제없다”고 했다. 그러나 영세 사업자들은 4대 보험 가입과 영업비밀 노출 부담 탓에 신청을 꺼리고 있다. 경제 현실과 유리된 정책이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外面)당하는 형국이다. 전방위 난맥상을 해결하려면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