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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중국에서 국민 드라마로 불리던 ‘꽃 피던 그해 달빛’(那年花開月正圓)의 주인공은 쑨리라는 배우였다. 그녀는 상하이(上海)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무용을 했다고 한다. ‘꽃 피던 그해 달빛’에서 회당 출연료는 90만 위안이었는데, 한국 돈으로 1억500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이다. 이 드라마는 74부작으로 그녀의 어마어마한 총 출연료 계산은 독자에게 맡기겠다.

쑨리는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는데, 그중에서도 ‘옹정황제의 여인’이란 드라마의 빅히트로 중국 연예계에서 톱스타로 대접받고 있다. ‘옹정황제의 여인’의 한자 제목은‘후궁견환전’으로 인터넷에서는 두 이름이 동시에 쓰이고 있다. 이 드라마는 매우 잘 만든 궁중 암투극이다. 후궁의 암투가 마치 삼국지의 지략 싸움처럼 그려지고 다양한 반전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몇 번을 봐도 다시 볼 만한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쑨리는 주인공인 견환 역을 맡아 청초한 어린 소녀부터 노회한 후궁 실세 역할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그 후에 찍은 ‘미월전’도 3%대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에 올랐고, ‘꽃 피던 그해 달빛’으로 그 명성을 재확인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통제국가다. 모든 문화예술 분야가 국가의 통제를 받는다. 2015년 4월 1일부터는 음악, 공연 개최 시 문화 부서와 공안 부서의 승인과 비준을 받아야 하고, 영화와 드라마도 검열을 받아야 한다고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에는 크게 4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사전 제작, 사전 심사, 내용 검열, 그리고 외국 작품에 대한 쿼터제가 그것이다. 이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물론 좋은 점도 있다. 사전 제작은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앞에 거론한 드라마는 74부작이다. 이런 대작을 사전 제작해야 한다. 게다가 검열에 걸리면 방영은 불가하다. 그러니 기획의 역할이 막중하다. 시나리오부터 캐스팅, 또 촬영에서 편집까지 몇 년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여기에 거대한 자금을 끌어와야 하고 사후 허가까지 받아야 한다.

거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익이 보장돼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으로는 흥행 여부를 아주 나중에야 알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흥행 보장을 위해 스타 캐스팅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 당연히 스타의 몸값이 치솟는다. 그러다 보니 할리우드보다 비싼 출연료라고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중국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은 존재하지만, 쉽게 고쳐지기 힘든 현실이다.

게다가 작품성이 좋아도 검열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검열 기준은 미풍양속, 도덕성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국은 공산당의 기준에 맞춰야 한다. 즉 1970∼1980년대 한국처럼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제는 안정적인 것을 선택하기 마련이고, 현실 풍자보다는 죽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현 권력을 비판할 수 없지만 옛 황제는 마음대로 비판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중국에서는 역사극이 압도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 4가지 원칙은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또 그 수량을 중국 내 총 작품의 3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할리우드도 공동 제작이란 우회로를 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도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놓치기엔 너무 큰 시장이다.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